이민자,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권소희 첫 소설집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
열망과 절망, 차별과 비전
위장결혼 성학대 총격 갱…
‘미국적 한국인’정체성 그려
2002년 본보 문예공모전 출신의 작가 권소희(사진·45)씨가 첫 소설집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한국소설가협회 발행)를 냈다. 이 책에는“지난 3~4년간 글 외에는 생각한 것이 없다. 지진이 왔더라도 나는 문학만 생각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작품 10편이 실려 있다. 제목의 ‘시타커스’는 앵무새의 한 종류로 새장을 나선 새는 사라진 이민자의 열망과 비전을 상징한다.
표제작 ‘시타커스…’는 커머스 호텔에서 투신 자살한 실제 사건이 모델이 됐다고 한다. 신문에서 1단 기사로 처리됐던 이 사건의 주인공은 도박에 빠진 한인 명문대 졸업생. 소설 공간에서도 주인공은 자살하고, 다른 2명은 서로 죽이고 죽어간다. 이들에게 윤간당했던 처녀 역시 자살미수로 폐인이 되고-. 미국 변두리를 떠도는 한인 젊은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소설 10편 중 6편은 이 땅 한인들의 삶을 소재로 삼고 있다. 위장결혼과 살인(마지막 남은 자유), 아동 성학대(나뭇잎은 흔들리는 나무 곁에), 갱단가입·10대임신·리커 총격사망(프럼파티), 이라크전 상이용사(중편 모래폭풍으로 머물다) 처럼 주로 초기 이민자의 뿌리없는 삶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이민자의 좌절과 절망, 힘없는 자의 억눌림이 자연스레 문학으로 연결됐다. 소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속에 맺힌 것이 많다는 뜻인가”라고 작가는 말한다.
평론가 임헌영은 발문에서 미주 문학에서 보고 싶은 건 어제의 향수가 아니라 ‘미국적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며 이를 추구하는 권소희에게 재미동포문학의 신세대란 명칭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또‘생존본능으로서의 욕정’(틈·2005년‘월간문학’신인상 수상작), ‘본능적 상상력이 스민 관능적 작품’(동물원 가는 길), 밖에서는 여장남자로 변신하는 남편(싸이크) 같은 작품을 예로 들며 권소희 소설의 매력 중 하나로 소재와 주제의 대담성을 든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등 문학과는 무관한 삶을 살던 권소희는 지난 99년 미 이민을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를 쓰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담기에는 시라는 그릇이 너무 작아 소설로 돌았다.
“누가 뭐라든 지난 3년간 혼신을 다해 쓴 것들이다. 책으로 나왔으므로 이제 여기서 떠나고 싶다. 이 책은 새 시작을 위한 한 매듭일 따름”이라는 작가는 요즘 뜨거운 창작혼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이유다.
‘미주동포를 다룬 미주동포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한국서도 주목받고 있는 이 창작집은 인터넷 서점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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