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후보등록도 시작하지 않은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써 ‘선거꾼’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출마예상 후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 뒤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선거꾼들은 후보 예상자들을 오가며 이런 저런 얘기를 옮기며 자신의 존재 알리기에 열심이다. 이민 100년이 넘었고, 세계 최고 선진국에 살고 있다는 한인사회지만 선거문화는 여전히 후진국형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도움주겠다며 접근
노골적으로 돈 요구
무시하면 악성루머도
건전 선거문화 아쉬워
5월로 예정된 선거에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에 따르면 요즘 “한번 만나자”는 ‘꾼’들의 전화와 방문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과거 단체에 관여해 타운에 비교적 잘 알려진 인사에서부터 종교를 내세운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인 이들은 “선거경험을 제공하겠다” “몰표를 주겠다”며 후보 예상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후보 예상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만약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단 한 표가 아쉬운 후보의 입장에서 꾼들의 유혹을 쉽사리 물리칠 수도 없다. 도움을 받는 건 고사하고 악의적인 방해와 음해성 루머에 시달리다 판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 예상자는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면서 “경쟁심리를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후보 예상자도 “요즘 각종 모임에 초청하거나 후원을 요구받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면서 “이같은 요구를 해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이곳 저곳을 기울이며 떡고물이나 챙기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 후보 예상자는 아예 공식적인 출마 발표를 뒤로 미룬 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괜히 먼저 나섰다가 꾼들의 타겟이 되면 득이 될게 하나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인사는 “통상 선거를 치르는데 필요한 순수경비만 풀타임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홍보물 제작비, 광고비 등으로 10여만달러가 소요된다”며 “여기에 이런 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엄청난 재정부담을 떠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가 과열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 꾼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라는 게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경험자들은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면 된다”는 말에 무심코 간 곳이 계모임이어서 밥값을 대신 내주고 오거나, 자신은 참석도 하지 않은 술자리에 수시로 불려나가 계산만 했던 일 등 어디에다 하소연할 길도 없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한 출마 예상자는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모든 후보들이 함께 이들을 배척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은 결국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과 비전을 평가해 한 표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회장선거를 치른 한 관계자도 “노인표를 악용하려는 것은 결국 노인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과거 경선에서도 노인표는 꾼들의 주장과는 전혀 무관하게 움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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