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칸에 둘러싸인 한인 축구팬들이 태극기를 들고 힘찬 응원을 펼치자, 주변의 멕시칸 관중들도 즐거워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곳곳서 사이좋게 응원
“잘싸웠다”상대 격려도
15일 열린 한국과 멕시코 대표팀의 축구경기를 앞두고 한인사회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 따라 양 응원단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심할 경우 그 동안 쌓여온 히스패닉과 한인 사회의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경기 결과는 1:0 한국의 승리. 멕시코 골키퍼의 실수로 얻은 결승점이었기에 걱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웠지만 우려했던 불상사는 없었다. 경기 뒤 멕시칸 관중들은 오히려 “멕시코가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지만, 한국이 잘했다”며 따뜻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자잘한 신경전과 불상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핑퐁외교 성공의 이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종합 분석.
한인사회와 멕시칸 커뮤니티의 잦은 교류를 반영하듯 많은 멕시칸들은 어눌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멕시코 최고’ 같은 인사를 건넸다. 히스패닉 상대 사업체가 많아서인지 유창한 스패니시로 멕시칸 관중과 대화를 나누는 한인도 적지 않았다.
관중석에서는 한인과 멕시칸이 어울려 응원하는 그룹이 많았다. 친구단위도 있었고, 직장 동료들도 있었다. 멕시칸 직원 20여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한 한인 사장의 말에는 지혜가 듬뿍 담겨 있다.
“직원들과 경기를 볼 때는 나도 모르게 멕시코를 응원하게 돼요. 오늘도 물론 멕시코를 응원했죠.”
운동장 밖의 풍경도 흥겨웠다. 경기가 끝난 뒤 열띤 응원으로 출출해진 한인들은 간이 매점에서 타코를 먹으며 멕시칸 팬들과 경기 평을 주고받았고,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치킨 부스에는 멕시칸 팬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15일 밤 LA콜러시엄에 모인 6만여 축구 팬들의 대부분은 90분 동안 함께 즐거워하고, 탄성을 내지르면서 서로의 문화를 좀더 이해하고 친밀감을 느끼게 됐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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