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유신의 기관원들이 학교를 짓밟고 제자들을 강의실에서 연행해 가자 ‘세상 어느 민주국가에서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이렇게 야만적으로 다루는가’하며 절망하고 분노했습니다.”
대한민국 의문사 1호인 고 최종길 교수(서울 법대)의 명예회복을 기념하는 워싱턴 모임이 18일 펠리스 식당에서 열렸다.
최 교수는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간첩혐의로 조사를 받다 의문사했으나 2002년 정부는 위법한 공권력의 개입에 의한 죽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서울 고법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이날 모임에는 고인의 인천-제물포고 동창, 천주교 교인, 호남향우회원(회장 김재섭), 이근팔, 정기용씨등 원로 민주인사, 민주동지회원(회장 김재숙), 재야 사학자 방선주씨등 각계 인사 60여명이 참석,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애석해 하고 정신을 기렸다.
이 자리를 마련한 최 교수의 막내동생 종선씨(59)는 “형님은 서울대 총장에게 학생들에 대한 무자비한 체포를 대통령에 항의하라고 말했다가 유신독재의 중정에서 간첩의 누명을 뒤집어쓰게 됐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중정 9기 공채시험에 수석합격, 감찰실에 근무하던 당시 형의 죽음과 대면해야하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이후 그는 형의 고문 피살을 입증하는 내부 자료를 입수, 정신병원에 위장입원하며 양심 수기를 작성, 의문사의 진상을 세상에 알려왔다.
지난 1994년 이민, 현재 버지니아에서 부동산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최종선씨는 “유신독재가 은폐, 조작한 진실의 물꼬를 찾고 형님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니다”며 “형님등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고문 수사하고 사건을 조작, 은폐한 장본인들에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정의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신홍식 교수(제물포고 동창회장)의 사회로 열린 모임은 유석희 한국일보 사장의 인사말, 최종선씨의 고인의 약력 및 사건 경과보고, 김응태 전 평통 회장의 추모사, 고인이 좋아했던‘선구자’ 추모 연주(피아노 함계선, 바이얼린 강귀희)에 이어 이효준 종신 부제(성 정 바오로 천주교회)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고인이 생전에 애창했던 ‘아침이슬’과 ‘희망의 나라로’를 함께 부르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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