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이 시작되면서 계획했던 작은 소망들 중에는 올해는 열심히 산을 오르리라는 것이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규칙적으로 산행을 할 수 있는 E 산악회 회원이 되면서 뜻밖에 원하던 산행과 함께 특별 보너스처럼 자원봉사를 경험하게 됐다.
아침 일찍 모여 몬로비아 팍 관리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비가 뿌리기 시작한 숲 속에서 싱그러운 향기와 더불어 촉촉이 젖은 산길을 걸으며 안개비에 쌓인 산들의 모습에 취하기도 했다.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은 굴러 떨어진 돌을 치우고 막힌 물길을 다시 내주며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나무들의 곁가지들을 잘라 내는 일이었다.
혹은 흙이 무너져 내린 위험한 등산로 대신 새로운 등산로를 만드는 전문적인 일까지도 도왔다. 이런 새로운 경험이야말로 삶의 웰빙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의 돌을 쓸 듯이 깨끗하게 산길을 청소하는 부녀회원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자신이 준비한 비옷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초년생 대원들에게 기꺼이 내주던 김고문의 모습에서, 졸린 눈을 부비며 엄마의 성화에 따라나섰던 두 남매의 싱그러운 모습에서 오로지 회원들의 건강과 산행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쏟아 붓는 새로운 진정한 자원봉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855년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은 지금의 워싱턴 주에 해당하는 곳의 인디언 족의 추장인 시애틀에게 그들의 땅을 정부에 팔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애틀 은 “우리가 당신에게 땅을 판 후에 당신은 우리가 이 땅을 사랑하듯 사랑하시오. 당신의 모든 힘과 능력과 마음으로써 당신네들의 자녀들을 보호하고 신이 우리를 사랑하듯 사랑하시오. 백인들일지라도 공동의 운명으로부터 제외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신을 보냈다.
간곡한 시애틀의 이 메시지는 15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 이 나라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려는 정부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실천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어려서부터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알고 있는 자원봉사를 한국을 떠난 지 20여년이 되었지만 부끄럽게도 거의 해본 기억이 없다. 조금 늦은 나이지만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데 감사한다.
수황/필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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