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다른 해가 뜬다’
유분자씨
한인 간호·여성계 족적 남길
역동적인 70평생 삶 고스란히
68년 도미
한인사회 이민 개척자
RN의 대모역 가장 큰 업적
LA·OC 가정상담소 출범 산파역도
유분자씨(사진·70)의 자서전‘내일은 다른 해가 뜬다’(삼화출판사 발행)가 나왔다. 300페이지 남짓한 이 회고록에는 이민사회의 여성 지도자중 한 사람인 유분자씨의 70 평생이 간추려져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치열하고도 역동적이었던 한 개인의 삶을 담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한 그의 이야기 중 어떤 부분은 지극히 사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의 개인 증언을 차용하지 않는다면 예컨대 간호협회, 가정상담소 등의 역사에는 이가 빠진 부분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한 개인의 자서전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책 주인의 삶이 그 개인만을 위한 삶은 아니었다는 것을 뜻한다.
회고록을 내기에는 너무 젊지 않느냐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직도 활발한 ‘70대 현역’인 유분자씨는 잘 알려진 여성 원로다.
그는 남가주와 재미한인간호협회, LA와 오렌지카운티 가정상담소 출범의 산파역을 했다. IMF 사태로 한국이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는 결식아동을 위한‘나라사랑 어머니’캠페인을 벌여 오늘에 이를 정도로 활동의 보폭도 넓다.
그는 책에서 어떤 여성들이, 어떤 네트웍을 만들어, 왜 이같은 일을 해 왔는지 가능한 많은 이들을 실명과 함께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활용여하에 따라서는 사료적 가치도 담고 있다.
지난 68년 텍사스의 한 병원에 취직되어 미국에 온 그는 줄줄이 이민의 씨앗이기도 했다. 형제자매 초청에서 시작된 ‘문화 유씨 나성파’의 이민행렬은 4대에 걸쳐 100여명에 이르는 패밀리 트리를 형성한다.
그의 비즈니스를 통해 취업이민을 스폰서한 사람도 47명에 이르는 등 그 한 사람이 계기가 되어 영주권을 획득한 사람은 300명쯤으로 추산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민초기 형제 자매들이 비빌 언덕을 만들기 위해 그는 30여년 전 한식이 포함된 패스트 푸드점 ‘비지 비’를 처음 만들었다. 프랜차이즈화된 이 체인은 현재 14호점에 이른다. 비즈니스의 이같은 성공 뒤에는‘작은 부자는 근면이 낳는다’는 그의 믿음이 깔려 있다.
유분자씨는 그러나 무엇보다 간호사였다. 지난 72년 남가주 한인간호협회 일에 본격 뛰어든 그는 31년 뒤인 2003년 해외한인간호사 50주년 기념대회와 50년사 출판을 성사시킬 때까지 미국과 한국의 간호계에 기록될 만한 족적을 남긴다.
집 한 채 값을 날리며 4년을 발행한 재미간호신보 등 관련된 이야기는 끝이 없지만 그는 특히 3,000여명의 RN 합격자를 탄생시킨 남가주 간호협회의 RN리뷰 클래스 시작을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인생의 전기가 된 것은 73년 이태영 박사와의 만남이었다고 쓰고 있다. 그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그의 사회활동은 간호계로 한정됐을 것이고, 자서전을 쓰는 일도 좀더 단순했을지 모른다. 걸출한 여성 지도자였던 이 박사와의 만남은 그의 활동반경을 여성계 전반으로 넓혀놓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6세때 친구와 기차를 타고 무단가출한 이야기, 일찍 이민 온 한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지천으로 널린 싸구려 바나나를 보고 충격받은 이야기, 처음 중고차를 산 뒤 틈만 나면 내 차가 잘 있나 창문으로 확인해 본 에피소드 등도 들려주고 있지만 이 책은 대체로 치열하고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생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이희호 여사는 이태영 박사에 대해 ‘한 사람의 인생이 곧 한국 여성의 현대사가 되는 분’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이런 말은 누구에게나 과한 것이고, 한 개인의 삶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남가주 한인 간호계나 여성계를 이야기할 때 이 책 저자의 삶에 대한 일별이 없다면 그것은 많은 것을 간과하고 지나가는 것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내일은-’의 출판기념회는 3월3일 저녁 6시30분 LA의 래디슨윌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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