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에 사는 로이 픽은 지갑 속에 현금 40달러, 크레딧 카드 3장과 데빗 카드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필립스 아리나’ 매점에서 콜라와 피자 한조각을 집어들고 꺼낸 것은 자기의 셀폰이었다. 찻잔받침만한 크기의 터미널에 셀폰을 대니까 불이 번쩍이면서 삑 소리가 났다. 음식값이 그의 크레딧 카드 구좌에서 지불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셀폰으로 잔고 확인·청구서 지불·계좌이체까지
카드회사들 “크레딧 없는 젊은층 끌어들일 기회”
아시아와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몇년전부터 지하철 탑승권부터 편의점 구매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불을 셀폰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셀폰을 디지털 지갑으로 이용하는 것은 호사가의 꿈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은행과 셀폰회사들이 모바일 페이먼트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 잘하면 2년 안에 결실을 볼 수도 있게 됐다.
‘필립스 아리나’에서 150명 가량의 고객에게 특별 장치가 된 셀폰을 사용하게 해 시험중인 이 일에 제일 열성인 것은 큰 은행과 카드 회사들이다. 크레딧 카드 사용이 저조해지면서 발생하는 수익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수억달러의 신규 거래 수수료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프리페이드 플랜을 추가하면 셀폰은 있지만 크레딧 카드나 체킹 구좌는 없기 쉬운 젊은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런가하면 ‘노키아’등 전화기 제조사들은 디지털 지갑 기능을 전화기의 기본 사양으로 채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토롤라’는 지난달 디지털 지갑 기능을 가진 전화기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미국 최대의 셀폰회사인 ‘싱귤러 와이어리스’등 서비스 제공사들도 새로운 기술 덕에 고객들이 쿠폰부터 비디오 클립까지 많은 것을 다운로드해서 데이타 사용료로 더 많은 돈을 내게 하고 장차 광고까지 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J.P. 모건’‘웰스 파고’등도 소리없이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을 연구하고 있다. ‘비자 USA’‘매스터카드 인터내셔널’‘디스카버 파이낸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등 주요 카드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시티그룹’은 앞으로 이삼개월 지나면 소비자들이 셀폰으로 잔고를 확인하고 청구서를 지불하며 자금을 다른 구좌로 옮기는 서비스에 대한 시험을 시작한다. ‘페이팰’과 ‘구글’도 언급은 회피했지만 이 비지니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지 모른다.
제일 큰 카드 발행사들이 수천만달러를 들여 개발중인 이 테크놀로지의 현재 상태는 미비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고객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이때 셀폰은 기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긁어낼 훌륭한 방편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용, 보안, 편이도를 감안할 때 미국 사람들이 이 테크놀로지도 다른 것들처럼 잘 받아들여 줄 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또 은행과 카드회사, 셀폰회사가 새로 거두어들일 수수료 수입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도 두고 볼 일인데 그들이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 테크놀로지가 먼저 보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비자’, ‘싱귤러’, ‘J.P. 모건 체이스’와 ‘노키아’는 아틀랜타의 스포츠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실험이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빠르면 2007년 말이나 2008년초께 전국적으로 셀폰 지불 플랜이 등장하려면 서너가지 시험이 더 필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로이 픽을 포함, 150명쯤 되는 아틀랜타의 프로 농구및 하키팀 ‘혹스’와 ‘스래셔스’의 시즌 티켓 소지자들은 특수 칩이 내장된 노키아 3220 셀폰을 지급받았다. 그 전화기에 설치된 디지털 지갑 소프트웨어는 전화기를 그들의 기존 ‘체이스’ 크레딧 카드 구좌에 연결시킨다.
지난 1월부터 ‘필립스 아리나’ 안의, 작은 E-Z 패스 같은 터미널이 설치된 150개가 넘는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이 시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전화기 사용을 장려하는 의미에서 음식 및 음료값을 20% 할인해준다.
카드 없이 셀폰만 가지고 다녀도 되니까 편리하고 음식값도 싸서 더 좋다고 사용자들은 입을 모았는데 이 전화기를 필립스 아리나에 걸려 있는 150장의 포스터의 로고에 갖다 대면 팀의 성적과 통계, 게임 하일라이트 비디오와 부상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 볼 수 있다.
카드회사들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몇나라에서처럼 셀폰을 지하철 패스나 비행기표 대신 사용하게 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또 영수증을 문자로 보내고 인근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몇가지 해결해야할 문제는 있다. 현재는 단 하나의 크레딧 카드나 데빗 카드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지불방식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은 사용하기 곤란하다. 큰 카드회사들은 소비자들이 한 은행 카드만 선택해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처럼 ‘비자’‘매스터’‘디스카버’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중에서 하나를 택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메모리 용량이 큰 비디오나 데이타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전화기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보안에 대한 염려도 빼놓을 수 없다. 지갑 노릇까지 하는 셀폰을 분실 혹은 도난당한다면 그야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