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모른 채 분만통증 오자 죽여…검찰, 정신치료감호 청구
전문가들 성관계 종용ㆍ강요받는 女노숙자 보호망 구축해야
이름도 잘 모르는 동료 노숙자와 성관계 후 임신하게 된 30대 여성 노숙자가 태아를 숨지게 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여성의 사례에 비춰 원치 않는 아기를 갖게 되거나 성폭력으로부터 무방비상태에 놓인 여성 노숙자들을 보살펴줄 만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급작스럽게 자연분만돼 나오던 자신의 태아를 살해한 혐의(영아살해)로 구속기소된 A(38.여)씨에 대해 치료감호를 청구했다고 13일 밝혔다.
치료감호는 범죄자에게 심신 장애가 있어 형사적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경우 그를 지정된 시설에 수용ㆍ보호하면서 치료하도록 하는 제도로, A씨의 경우 정신분열형 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이 감안됐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자취를 하다 돈이 떨어져 노숙을 시작한 A씨는 남성 노숙자들이 접근하는 것이 싫어 평소 만화방 등지에서 잠을 잤지만 식사보급소에서 만난한 남성이 자신에게 용돈을 주는 등 호의를 베풀자 지난해 5월 성관계를 허락했다.
그러나 이름도 모르는 이 남성은 성관계 후 종적을 감췄고 A씨는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생활하다 갑작스럽게 분만통증이 오자 태아를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A씨의 범행에 대해 여성 노숙자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성관계를 종용ㆍ강요당했거나 임신한 경우 등 구호가 필요한 여성 노숙인들을 치유하고 보살필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서 발생한 `사회적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은 노숙인 쉼터에는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들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없고 임신한 노숙 여성을 받아주더라도 스스로 낙태하는 경우가종종 있다며 정신장애까지 있는 A씨의 경우 주변에서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한 채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사 기관인 `내일의 집’ 정태효 목사는 여성 노숙인 전용 쉼터가 있다고 해도 날로 늘어가는 여성 노숙인들의 수효를 감안할 때 수용능력이 부족하며 특히 성적인 피해를 봤거나 임신을 했을 경우 별도로 관리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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