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운영자 사망 경우
그를 알던 모든 이들의
슬픔 나누는 ‘제단’변모
새 ‘조의 문화’만들어
인터넷이 젊은이들의 연애 및 사교 행태를 바꿔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마이스페이스’(MySpace.com), ‘장가’(Xan ga.com), ‘페이스북’(Facebook.com)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개인 웹 페이지들은 죽은 이를 추모하는 의식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사이트들에는 개인적 인맥을 넓히고 온 세상에 자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백만명이 가입해 왔다.
그 많은 젊은이중 일부가 사고, 자살, 살인 또는 병으로 요절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사. 결과적으로 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어제 밤에 열었던 파티나 구경갔던 밴드 등에 대해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늘어놓던 퍼스널 웹페이지는 갑자기 그를 알던 모든 사람들이 리얼타임으로 슬픔을 나누는 온라인 제단으로 탈바꿈한다.
갑자기 마감된 짧은 삶에 대한 애절한 추모의 글들로 페이지가 뒤덮이면 그렇지 않아도 애통하는 부모들은 더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자기 아이의 비밀스런 사생활을 알 수 있게 되고 아이의 친구들과도 계속 접촉할 수 있게 되어 안도감을 느끼다가도 혹시 앙심을 품고 있는 이도 포함되었을 대중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슬픔을 드러내는 불편함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월 23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주행총격 사건으로 의붓딸 케이티 누슨(24)을 잃은 노스캐롤라이나의 그래픽 아티스트 밥 쇼키는 “딸과 그의 친구들과 아직도 조금이나마 연결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지만 인터넷상에서 우리의 삶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좋지 않은 점입니다”고 말한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자기 웹페이지를 갖고 있는 사람 중 몇 명이 죽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이스페이스’ 하나에만 7,400만명이 등록돼 있고 이 네트웍은 액티비티가 전혀 없다고 페이지를 삭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데스스페이스’(MyDeathSpace. com)에 의하면 ‘마이스페이스’에 프로필을 갖고 있는 사람 중 죽은 이는 최소한 116명이고 거의 매일 그 목록은 추가되고 있다.
바로 2주전만 해도 워싱턴주 밴쿠버에 사는 애나 스비더스키(17)가 그 곳 맥도널드에서 일하다 칼에 찔려 죽었다. 스비더스키의 범죄 피해에 대한 소식이 친구들에 의해 마이스페이스에서 퍼져 나가자 스비더스키의 페이지에는 친구는 물론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올린 글로 가득 찼다. 스비더스키가 죽은 후 친구들이 따로 만든 웹페이지에만 첫 사흘간 1,200건의 글이 올라왔을 정도다.
사망한 마이스페이스 사용자의 친구들은 그 페이지에 다른 사람들이 남겨 놓은 메시지를 읽으면서, 또 죽은 친구도 저 세상에서 그 메시지들을 어떻게든 읽을 것이라고 믿고 바라면서 많은 위안을 얻는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글들이 죽은 친구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쓰여 있다.
보다 공식적인 온라인 추모 서비스는 몇 년 전부터 있어왔다. 일리노이주에 있는 ‘레거시’(Legacy.com)는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많은 신문들의 웹사이트에 난 부고에 온라인 게스트 북을 만들고 ‘리빙 트리뷰츠’라는 멀티미디어 기념품을 제작해 29달러에 판매한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웹페이지는 온라인에만 있는 개인의 방과 같으므로 관리하기가 좀 복잡하다.
지난 1월 23일 일리노이주 게일즈버그에서 화재로 숨진 마이클 올슨(23)의 친구인 아맨다 프레스우드는 죽기 전날까지 올슨이 이용했던 ‘마이스페이스’ 구좌의 패스워드를 친구나 가족이 알지도 못하고 추측도 못해서 새 메시지 몇 개를 결국 받지 못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한 사진들이 많았어요. 내가 인터넷에 대해 좀 안다고 그의 부모님은 해킹을 해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2월27일에 조지아주 발도스타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데보라 리 워커(23)의 부모는 다행히도 패스워드를 올바로 추측해 낸 덕분에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딸의 친구들에게 장례식 일정을 자세히 알리고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딸이 쓴 글과 사진들도 모두 볼 수 있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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