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의 시인’ 예술지상 壁을 넘다
英영화감독 켄 로치, 7전8기 끝에 칸 황금종려賞수상
아일랜드 독립투쟁 다룬 ‘보리밭에…’로 영예
40년간 반골 외길… 제국주의 역사 직시해야
켄 로치(가운데) 감독이 프랑스 여배우 에마누엘 베아르(오른쪽)와 상드린 보네르가 박수를 치며 축하하는 가운데 황금종려상을 받아들고 기뻐하고 있다. 칸 AP=연합뉴스
영국의 노장 감독 켄 로치(70)가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59회 칸영화제에서 ‘보리밭에 부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숨겨진 비망록’ ‘랜드 오브 프리덤’ ‘레이닝 스톤’ ‘칼라 송’ 등의 영화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로치는 그 동안 7차례나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 단골 손님. 그러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루칼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로치는 유럽의 대표적인 좌파 감독이다. 옥스퍼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불쌍한 소’로 극장 장편영화 데뷔를 한 이래 40년간 노동자 문제 등 사회주의 성향의 영화만을 만들어왔다. AP통신이 “오랜 감독 생활 동안 할리우드의 강렬한 빛을 거부하고 그림자로 남고자 했다”고 평할 정도로 ‘반골의 외길’을 걸어왔다.
7전8기 끝에 로치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보리밭에 부는 바람’은 1920년대 영국에 맞선 아일랜드인의 독립투쟁과 제국주의의 폭압을 그리고 있다. “이라크전 등에 교훈을 주고자 했다”는 로치의 말처럼 영화는 과거 역사를 빗대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 예술지상주의 성격이 강한 칸영화제가 좌파영화가 몰락한 가운데 로치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례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치는 수상 직후 “영국인들이 제국주의 역사를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작은 한 걸음”이라고 자신의 영화를 말했다. 그는 또 수상식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영화 속에 묘사된 고문이 영국군과 미군에 의해 아부그레이브 감옥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며 이라크전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 프랑스의 브뤼노 뒤몽 감독의 ‘플랑드르’가 차지했으며, 감독상은 ‘바벨’을 연출한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에게 돌아갔다. 황금종려상 수상이 유력시 되던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볼베르’는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녀 주연상은 드물게도 각각 단체수상했다. 알제리 영화 ‘토착민들’의 자멜 데부즈 등 남자배우 5명, ‘볼베르’의 페넬로페 크루즈 등 여자배우 6명이 영광을 나눠 가졌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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