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은 아직도 미국보다는 한국 정치에 관심이 높다. 대통령 선거 정도가 돼야 좀 주의를 기울일까 나머지는 열리는지 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방 선거가 대선에 못지 않게 주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수가 많다. 이번 가주 예비 선거도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는 올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맞서 싸울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며 부자들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둬 유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프로포지션도 들어 있다.
현재로서는 슈워제네거의 재선이 유력시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아는 것이다. 만약 그가 질 경우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나온 필 앤젤리데스와 스티브 웨슬리의 정책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 중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가주민들의 세금과 복지 혜택에 상당한 변화가 있게 될 것이다.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가주 조세형평 위원을 뽑는 선거다. 조세 형평 위원회(Board of Equalization)는 다소 생소한 기관이지만 나라로 쳐도 경제 규모가 세계 6위인 가주의 세금을 사실상 총괄하는 곳이다. 한인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이 빠짐없이 내는 판매세는 물론이고 주 세무국이 걷는 소득세와 카운티 정부가 걷는 재산세 또한 궁극적으로 조세 형평위에서 관리한다. 성인 가주민 중 세금과 무관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관도 없을 것이다.
오래 전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돼 대학에 다니고 있던 시절 어머니는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다. 주 7일을 일 해야 하는 비즈니스라 너무 힘들어 이를 정리하고 샌드위치 샵을 인수하려는 참이었다. 가게 정리를 위해 물건을 사들이지 않고 재고를 정리해나가자 매상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세일스 택스도 적게 내게 됐다.
그러자 세무 당국에서 쪽지가 날아들었다. 고의적으로 세금을 줄여 보고했으니 이를 물어내고 거기다 벌금과 이자까지 납부하라는 고지서였다. 당시만 해도 세무 당국에서 뭐가 오면 우선 겁부터 나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하는 분위기였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없는 돈을 경우 마련해 이를 다 내고 말았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주 세무당국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는 한인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세금을 총괄하는 조세 형평위원에 한인이 있다면 얼마 나 큰 힘이 돼 줄 수 있는 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선거에는 나를 포함 2명의 한인이 조세 형평 위원으로 출마했다. 내가 속한 3지구는 팔로스 버디스와 롱비치 등 LA 카운티 일부, 오렌지, 샌디에고, 임피리얼, 그리고 샌버나디노 카운티 거의 전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만 840만 명으로 가주 전체의 1/4에 해당된다. 이 지역구 소속 주 하원 의원만 20명에 달한다. 만약 선출된다면 한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주민을 대표하는 공직에 오르는 셈이다.
이번 선거를 위해 뛰면서 여러 경험을 했지만 수많은 한인들이 보여준 정성을 잊을 수 없다. 생면부지의 한인들이 작은 돈이지만 꼭 승리하는데 보태라면서 손에 쥐어 쥘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샌디에고와 새크라멘토를 수십 번 방문하고 600만장의 홍보물을 발송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남가주 한인 사회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아직도 주류 사회로부터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정치적 힘도 없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선거 때마다 투표, 우리 목소리를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예비 선거에 모든 한인 유권자가 빠짐없이 참가, 한인 파워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미셸 박
가주 조세
형평위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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