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이 즐겨하는 이야기 중 여성이 싫어하는 3가지 가 있다. ‘군대’와 ‘축구’가 두 번째와 세 번째고 그중 첫 번째는 단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것. ‘뻥튀기’식 군대 축구 이야기가 여성들로서는 먼나라 이야기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월드컵은 이런 여성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2002년에는 축구에 무지했던 여성들이 거리로 뛰어나오더니 2006년에는 오히려 여성들이 응원전의 중심에 나서고 있다. 축구를 두고 남성들에게 “왜 저런 것을 보냐”며 한심한 듯 말하다가 축구 매니아로 돌변한 여성들이 수도 없이 많다.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희원(28)씨는 4년 전만 해도 축구 문외한이었다. 4년 전 “그저 재미나 보여서” 단체응원에 나갔던 것이 그의 축구경험의 전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월드컵이 한창인 요즘 그녀의 대화 중 대부분은 월드컵과 관련되어 있다.
한국대표팀의 성적과 스케줄 뿐 아니라 지난 경기의 평가, 앞으로 있을 경기의 전망 등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다.
뉴스를 뒤져가며 나름대로의 조사(?)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안정환 선수가 학연 등으로 출장에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을 정도다.
그녀는 디자이너인 전공을 살려 붉은 악마 T셔츠를 고쳐 입는가 하면 두건 팔찌 등 여러 소품들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친구들의 응원복장도 자신이 직접 제작해 입혔다.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점수가 어떻게 나는지’ 조차 감을 못 잡았던 지현미(26)씨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 하지만 그 역시 이젠 코너킥, 바이시클 킥 등의 축구 용어는 물론 바뀐 오프사이드 규정을 비롯한 복잡한 축구 룰까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성공했다. 한국 경기를 포함한 월드컵 경기를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줌마’들의 열성은 점수까지 챙길 정도. 직장인 김영수(48)씨는 “축구를 볼때면 옆에서 과일이나 깎아주며 “저런걸 왜보나”식으로 눈총을 주던 부인(44)이 한국과 프랑스가 비기자 스위스와의 경우의 수까지 따져 열을 내더라”며 “일요일 오후 내내 친구들과 전화하며 축구로 수다를 떠는데 전문가 저리가라 였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축구 매니아화는 한국의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의 성별 시청률은 51.5%가 여성으로 남성으로 오히려 높았다. 최근 인터넷 축구 동호회 사이트에도 신규 가입자의 20%이상이 여성일 정도이며 ‘김남일’ ‘이천수’ 등 연예인화 되어 가는 축구 선수들 덕에 ‘소녀팬‘들도 대거 축구붐에 가세하는 실정이다.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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