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과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태어나서 자라온 고향을 버리고 이북을 탈출하신 후 갖은 고생을 겪다가 미국으로 망명하신 여섯분께 이곳 미주동포의 한사람으로서 환영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나온 역경의 세월은 이제 지나가고 앞으로 살아가실 미국생활이 좋은 나날들로 채워지길 우리 모두 진심으로 바랍니다.
바쁜 미국에서의 환영의 행사들이 지나가고 여러분 각자 그동안의 흥분에서 벗어나 조용히 새로운 생활을 설계하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미국에서 오래 생활해온 한 동포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조언을 드릴까합니다. 주제넘은 얘기가 될지 모르겠다 싶어 저어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한 동포에 대한 애정의 마음이 앞선다는 걸로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이 정착을 결심하신 미국은 정말로 자유롭고 좋은 나라입니다. 물론 미국 욕하기가 유행이 되어버린 외국 몇 군데에선 딴 얘기가 나오고, 또 미국이 하는 일이 모두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대로 따지고 나서면 미국만한 나라가 없습니다. 긴 얘기 할것 없이 한국에서 반미를 얘기하는 좌파 인사들 중에도 방금 여당대표를 사임한 이, 국영방송사장 등 할 것 없이 많은 인사들이 입으로는 반미를 하면서도 자기 자식들은 전부 미국에 살게 하고 있는 것을 보시면 더 이상 얘기가 필요 없겠습니다. 심지어 6.25가 조국통일전쟁이었다는 얘기로 악명 높은 전직 대학교수조차 자기자식은 이곳 미국에 살게 하고 있는 걸 보시면 미국이 좋은 나라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여기에서 사실 때 필요한 마음가짐 중에서 공산주의에서 배우기 힘든 덕목들이 있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와 양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의란 옛부터 내려오던 우리의 중요한 사회덕목이지만, 이곳 미국에서 보는 예의란 나만이 아니라 타인들을 생각해주는 마음 쓰기라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에서는 “투쟁”이 상당히 중요시되고,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들었고, 사실 수십년 미국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본 바로는 민주주의가 오래된 나라에서 자란 학생들이 전체주의국가들에서 온 학생들보다 사회적인 예의가 바른 것을 봅니다.
한국정치에서도 최근의 선거결과를 보면, 포용하는 것보다는 편 갈라 싸움하기를 더 즐기던 쪽이 참패한 것을 보아도 나라에 상관없이 이것이 중요하다는 걸 봅니다. 장기간 이곳에서 사시며 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성공하시려면 여러분들도 타인에게 예의를 가지며 대하시는 게 현명합니다.
그리고 저는 탈북을 도와주신 목사분이 하신 말씀 중에 5백명이 넘는 이들을 도와줬으나 고맙다는 얘기를 들은 분은 여러분 여섯 분들을 포함해서 불과 소수라고 하는 언론발표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유로운 세상에 살면서 예의와 양식을 배우고 나면 그들이 나중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겸손의 마음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난하고 형편이 어렵게 지낸 이들은 겸손을 배울 기회가 없어집니다. 겸손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들은 압제에 신음하는 북한에 계신 분들보다는 형편이 낫고 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입니다. 겸손해질 기회가 많아진다고 보아집니다.
9.11이후에는 옛날 그렇게 자유롭던 미국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외국에서는 9.11이 미국을 얼마나 달라지게 하고, 미국사람들이 외국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해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자유를 사랑하는 미국의 근본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역시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고 관용을 베푸는 나라입니다.
이제 좋은 나라에 오셨으니까 매사를 따스한 눈으로 보시고 사회적인 예의와 양식을 잘 실천하시면서 열심이 사셔서 좋은 앞날 만드시길 빕니다. 결례 용서하십시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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