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빌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며칠 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심란해져 있다.
여름방학 동안 조카가 어덜트 스쿨에 다니도록 도와주라는 본국 언니의 부탁 때문이다.
한달에 몇천달러 드는 어학연수 보다 무료로 다닐수 있는 어덜트 스쿨이 요즘 본국 대학생들에게 인기라는 것. 언니의 청을 거절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자니 다 큰 조카 수발에 교통편까지 제공해야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센터빌에 사는 박모씨는 20여년간 별로 소식이 없었던 한 대학선배로부터 자녀를 워싱턴으로 어학연수 보내려는데 적당한 학교를 알아봐 달라는 연락을 받고 황당한 처지에 빠졌다.
박씨는 “선배의 말은 학교를 알아봐 달라고 하지만 우리 집에서 숙소를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램 아니겠느냐”며 “그래도 선배의 부탁인데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고 아이를 맡을 형편은 안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여름방학을 맞아 본국의 친지들로부터 받은 “우리아이 좀 맡아달라’는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속앓이 하는 한인들이 많다.
특히 워싱턴 지역의 경우 미국내 최고의 학군으로 본국에까지 알려지면서 한국내 친지들의 영어연수를 둘러싸고 이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빠듯한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들은 잘못하면 ‘섭섭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차마 거절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욱이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속끓임, 사생활 침범, 미묘한 감정싸움, 가족간의 갈등, 섭섭함 등을 낳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친척 아이를 한달간 데리고 있었던 이모씨는 “공 치사는 커녕 아이 부모로부터 영어연수를 보냈지만 헛돈만 썼다는 얘기를 다른 이를 통해 들었다”며 “이젠 누가 한국에서 온다고 하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거의 매년 방학때마다 친인척 아이들을 돌봐온 장모씨는 “이번 방학에는 우리가 한국으로 나간다”며 “모처럼 친척들의 방문과 영어연수 뒷바라지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하기도 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별히 더 신경쓰면 서로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잘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미국생활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두달 집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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