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꽃이 있으세요. 하고 물으면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꽃이 있다.
샌호제에서 LA로 돌아오는 길 5번 도로에는 캘리포니아 여름이 갖고 있는 누런 빛깔 산등성 말초들이 힘을 잃은 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독거리고 있다. 그 사이사이에는 그리 크지 않은 해바라기가 길 양옆으로 손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릴 적 앞마당에 내 키보다 큰 해바라기는 가을 하늘을 푸르게 했다. 몇 해전 전시회에 온 후배가 선배님 작품에 해바라기가 많은 걸 보니 좋아하는 꽃인가 봐요. “해바라기와 화가의 만남” 그때는 덤덤히 웃어 보였지만 곰곰이 생각 해보면 어린 시절 보아왔던 해바라기는 시간은 달라도 내 가슴에 지닌 것이었다. 차창밖에 뜨겁게 내려 쪼이는 햇빛과는 상관없이 기억 저편에 추억을 더듬으며 우리의 만남에 대해 천천히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해바라기와 화가의 만남” 여기까지 생각하자 빈센트 반 고흐(Van Gogh)가 떠올랐다.
“해바라기는 나의 일부다”라고 했던 반 고흐는 해바라기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었다. 무수한 해바라기를 그렸고, 그가 말했듯 “나는 나의 아틀리에를 수많은 해바라기 그림으로 채울 생각이다. 순수한 크롭옐로나 여러 가지를 섞은 혼합 크롬옐로로 환하게…
해바라기의 빛은 고독에 쌓여 축축한 그에 방을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다. 해바라기 역시 고유에 인격을 표현해 줄 사람을 갈망했을 거다. 해바라기 속에 담긴 모든 것이 형상화되기를 갈망하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반 고흐였다. 꽃은 자신의 노란 물감의 아름다움과 넓은 마음을 대사로 옮기고 같이하기를 나누기 위해 화가와의 만남은 둘의 생명을 축복하기 위해 힘을 합쳤을 것이다. 고흐는 “서로 환하게 빛나도록 독려해 주고 남자와 여자처럼 한 쌍이 되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색깔들이다.” 화가와 한 쌍이 되어 서로에게 빛나게 만들었다. 그러기 위해 한 인간의 온 힘과 불꽃은 타 들어갔을 것이다. 한번 만남의 여름에서, 죽기 다섯 달 전 자신이 그린 해바라기 그림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영혼의 가장 깊은 곳으로, 더욱 진실하게, 자기와 점점 닮아 가는 곳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인간, 충만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났다.
다섯 시간을 달리면서 길가에 핀 해바라기는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그리고 어떤 사람을 탐닉하며 서 있을까? 꽃에서 그림으로 이완이 되듯이, 지역적 연고가 다른 꽃이 나을 인식할까? 오래 전 누구와 같이 인지는 잊었지만 길을 걷다 멈추어 풀꽃이 하도 아름다워 쭈그리고 앉아있는 나에게 아프냐고 물었다. 아니 “풀꽃이 예뻐서” “무슨 꽃이든 다 아름답고 예쁘다” 하니 “어떤 꽃이 진짜 예쁘다 하는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알아보고 존중을 강조하는 하나밖에 없는 숨쉬는 거대한 창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꽃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 정겨우며 정성이 깃들의 진다. 고흐가 해바라기의 일부였다면, 해바라기 역시 고흐의 일부였을 것이다.
사람도 자신에 대한 깊은 인식이 숨어 감지할 때, 타인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와 남도 결국 같은 원천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신 헬렌 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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