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꿈’으로 독일에서 유명하던 작곡가 윤이상씨를 60년대 개발독재 군부정권에서 서울로 납치해서 데려온 핑계가 소위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간첩단’ 사건이었다. 그때 왜 북한 유학생들과 ‘접선’하고 가까이 지냈는가에 대한 그의 얘기가 이랬다. “북한 출신 학생들이 남한에서 온 학생들보다 전부 더 논리 정연하고 민족에 대한 정신이 더 똑똑하게 보였다.”
사실 좌파의 논리는 처음 그것을 접하는 이들에겐 신선하고 자극적으로 들린다. 특히 그들의 논리는 독재와 식민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이념을 포용하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도록 명쾌하다. 과거 일제 한반도 강점기의 양심적인 한국 지식인들 상당수가 좌익이 된 것도 일제에 대항하는 이념적 바탕을 좌파에서 쉽고 명쾌하게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작곡가 윤이상씨도 군부독재를 싫어한 해외한인으로서 같은 이념적 성향을 보인 것 같다.
개발독재가 전두환 정권의 혹독한 시절을 거치며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을 좌파로 몰게 되었고, 지금 한국 국민들로부터 경제정책 실패로 지탄을 받는 386세대를 낳게 된다. 이 불행한 세대는 혹독한 군부독재의 서슬 밑에서 개발독재의 많은 부작용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국에서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공부했고 또 진정 그렇게 되리라 본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에서 그동안 이념적으로 일제 식민지 역사관에서 탈피하지 못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주사파의 논리를 껴안게 되기까지 한다.
지금 통제불능의 상태로까지 가버린 한국 대기업 노조들의 행동강령의 중심이 되는 이론적 배경도, 또 학생운동과 전교조와 지금의 집권 세력 안에 있는 이들의 정책의 중심에 사회주의가 있다. 사회주의 없이는 이들의 행동강령을 설명할 수 없다. 이들은 그러나 우파에서 자기들을 사회주의 좌파라고 얘기할 때 신경질적인 반발을 할 정도로 또 그들만의 컴플렉스가 있다.
지금 한국 지성사회에서 다수를 점하는 이들 좌파에서 보는 경제사관으로 보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박정희 체제가 무너지면서 사라지지는 못할지라도 상당히 타격을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엉터리 같은 전두환 정권 하에서도 한국의 개발독재는 경제적으로는 너무나 잘 되어갔다. 여기에서부터 한국 좌파 지식인들 중 종속이론과 신식민지 국가독점 자본주의론에 중심을 두던 한국 근대 경제사관에 회의를 느끼는 경제사가 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 별처럼 떠오른 경제사가로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있다. 안교수는 지금 주사파와 386세대가 배운 한국 근대경제사를 좌파의 눈으로 보고 좌파 경제사가들의 이론적 바탕을 열어준 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 역사상 글로벌 관계에서 떨어진 한국 내의 자생적인 요인들이 경제발전을 이룬 적이 없다는 역사 인식을 가장 먼저하고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용기 있는 학자로서, 지금 수적으로 열세이면서 용기까지 없는 한국 내 우파 경제학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경제는 갈림길에 서있다. 세계화란 틀 속에서 자유시장경제만이 한국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청년실업을 해결한다는 이론적 확립이 새로 되어야 하고 그 일의 선봉에 뉴라이트 재단이 있다. 필자는 정치적인 것을 싫어하지만 안병직 교수가 이끌고 있는 뉴라이트 재단이 성공하길 빈다.
세계화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의 주어진 환경으로 생각해야 하고 한국의 우파 경제학자들은 자유시장경제가 어떻게 한국의 장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가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서 그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