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선교대상인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정호(오른쪽 적색 반바지)씨의 모습.
“죽은 다음에 그 마음을 알게 되니까 더 한이 됩니다. 정호가 남을 용서하는 삶을 살기를 원했던 만큼 아버지로서 할 일을 찾아봐야겠어요.”
평생 일본 선교를 꿈꾸며 살아온 한인 1.5세 남성이 여름 선교여행 도중 일본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갔지만 일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사랑으로 바꾸는 법을 깨달은 그가 남긴 마지막 이메일이 가족과 친구들의 가슴속에 메아리치고 있다.
일본으로 선교여행을 떠났던 38세 초등학교 교사 이정호(미국명 존 이·가든그로브)씨는 지난 7월31일 일본 오시마섬 해안가에서 동료들과 수영을 즐기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을 거뒀다.
이씨는 ‘네비게이터’라는 대학생과 젊은이로 구성된 선교단체팀 리더로서 이들을 이끌고 방학기간 일본 대학생들과 성경공부, 영어, 운동, 여행 등을 함께 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씨는 대학시절 1년간 교환학생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여름방학기간 2개월씩 일본을 방문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활동을 10년째 해오던 중이었다.
갑작스런 이씨의 죽음에 가족과 지인들의 충격은 컸다. 선교에만 관심이 있어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의 죽음은 그러나 그가 죽기 전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됐다. 7월26일 쓰여진 이메일은 한국인으로서는 화해가 거의 불가능한 대상 ‘일본과 일본인’들을 용서하고 이들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깨닫게 된 이씨의 자기 고백이었다.
이 글에는 일제시대에 고통받으며 생활한 아버지를 통해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적개심을 이해하게 된 동시에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이 드러나 있다. 이씨는 전쟁박물관 및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고 난 후 “매우 슬프고 화가 났다”면서도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면서 “나는 항상 용서하는 마음을 선택하겠다”고 적어 용서의 마음으로 일본 선교를 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1972년 이민 와 TRW에서 인공위성 제작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80년대 후반 목회의 길로 들어선 아버지 이석재(70·은퇴목사)씨는 “한번도 속썩이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온 존이 이런 속마음을 가진 줄 정확히 몰랐다”면서 “목회자인 나에게도 아들이 모든 것은 용서의 문제란 메시지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영순씨는 “애가 도대체 물욕이 없고, 최근에는 가든그로브에 집을 마련해 무료로 잠자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며 선교센터처럼 사용해 왔다”면서 “하나님의 뜻으로 간 것은 알지만 젊은 나이가 너무 아깝다”고 울먹였다.
이씨의 장례예배는 오늘 낮 12시 사이프레스의 자유복음교회(6143 Ball Rd.)에서 엄수된다. 추모웹사이트 www.johnholee.com.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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