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민간비행기를 폭파시키려는 테러리스트의 음모를 사전에 퇴치한 후,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탑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검색보다는 테러리스트의 프로파일에 맞는 승객을 집중 검색할 방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인종과 종교가 중요한 프로파일 중에 하나로 들어가게 된다.
영국 법에도 분명 인종이나 종교를 기준으로 한 차별금지 조항이 있을 것인데, 이런 용단을 내리는 영국 지도자들이 대단하다. 영국에서 위헌·위법 논란이 나올 것인지 주시해 볼만하다.
아랍계 인종 중에서 모슬렘 극단주의 종파에 속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또 그 중에서도 테러리스트가 되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조치는 인종차별 및 종교차별이라서 불공평하고 위헌이라고 주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살폭탄 테러리스트의 전부 혹은 거의 전부가 아랍계 인종이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답은 자명해 진다. 미래에도 동양인이나, 백인, 흑인이 테러리스트 조직에 가담할 가능성은 미미할 것이다. 또 기독교인이나 불교인이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도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대안으로 무작위 검색의 비효율보다는 인종과 종교까지도 감안한 프로파일에 맞는 대상자들의 집중 검색을 택하는 영국 정부의 위험예방 대책에 공감이 간다. 차라리 위헌이 될지언정 위험은 막겠다는 발상이다. 왕이 법인 나라에서는 가능하다. 즉 인간·인명이 법 위에 있다는 뜻이리라.
얼마 전 미 연방대법원에서 테러용의자들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한 것은 위헌이자 대통령의 월권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미국이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 중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체포한 ‘적의 전투요원’은 정식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위법이고 대통령의 월권이라는 판결이었다.
게릴라 혹은 테러리스트는 군복도 입지 않고, 계급도 없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채 나타나서 살상행위를 하기 때문에, 실은 적군보다도 더 위험한 존재이다. 이런 적 전투요원을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군사재판에 회부할 수 없다는 발상이 바로 미국의 딜레마이다.
미국에서는 위험을 택하더라도 위헌은 피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이것도 법이 왕인 나라에서는 가능하다. 법이 인간·인명 위에 군림한다는 뜻이다.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의 특징은 우리들의 평상시의 상식이나 상상력을 넘어선다. 비행기 납치사건은 여러 번 있었지만, 9.11 사태에서 보듯이 아무런 요구사항도 없이, 그 납치한 비행기로 빌딩을 들이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승무원이나 승객들도 자신을 포함한 1만여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건인 줄 알았다면 테러분자에게 고분고분 비행기를 내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명을 중시하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주며, 대화로 해결하면 불필요한 살상은 피하리라는 가정 하에 테러리스트를 대하다가 당하는 일인데,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살상과 파괴라는 점을 잊고 있는 데 있다.
언젠가는 미국에서도 테러리스트 색출에서 인종, 종교, 행동 등등에서 프로파일에 맞는 사람들을 더 중점적으로 검문하고 검색해야만 효율적인 사전 예방의 가능성이 높아지리다.
이 기회에 테러리스트에 관한 한, 위헌여부 논란의 대안은 ‘위험’ 및 인명담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해답으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세상사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균희
UCLA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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