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옥수수밭 캔자스주 가든 시티의 농부 존 라이트너가 옥수수밭의 작황을 살피고 있다.
밀 가격 더 뛰겠지만 식품값엔 영향없을듯
과거 미국을 세계의 곡창으로 바꿔놓은 원동력이었던 밀이 차츰 옥수수로 대체되고 있다. 옥수수를 심는 농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 씨의 유전자 변형, 연료용 에탄올 추출로 인한 수요 증대에 더 나은 조건의 정부 보조에 이르기까지 농부들이 오랫동안 밀을 주로 심어왔던 곳마저 옥수수 밭으로 바꾸는 바람에 밀이 중심 작물이라 지난 100년 동안 ‘휫 스테이트’로 유명한 캔사스주마저 소리 없이 2000년부터 옥수수 밭이 밀밭보다 많아지기 시작, 작년에는 옥수수 생산량이 밀 생산량을 23%나 앞질렀다.
연료용 전환과 정부 보조로 농가 수입 짭짤
‘휫 스테이트’ 켄사스 마저 밀 생산 뒤처져
“미 농부들이 세계 먹여살리던 시절 지났다”
올해는 가뭄 때문에 1978년이래 두번째로 밀의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1972년이래 밀 재배면적이 가장 적어졌다. 반면 전국적으로 10년쯤 전부터 밀 재배면적을 웃돌기 시작한 옥수수와 콩은 중서부에서뿐만 아니라 다코타와 미네소타 중부 등 북쪽과 서쪽 등 전통적으로 옥수수와 콩 재배는 생각조차 않던 밀 재배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워싱턴의 환경연구단체인 ‘인바이런멘털 워킹 그룹’의 켄 쿡 회장은 “미국 농부들은 이제 세계를 먹여 살린다고 큰소리치기가 어려워졌다. 그들은 요즘 사람 대신 SUV를 먹인다”고 말하고 있다.
밀 재배가 감소하고 미국의 농작지 풍경이 변화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급성장중인 생물연료 업계가 옥수수와 콩을 재료로 한 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생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건조하고 바람 센 대평원의 밀 재배지역의 심장부인 캔사스주 가든 시티의 농부 존 라이트너(58)도 요즘은 밀보다 옥수수를 더 많이 심고 있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끌렸고 요즘은 미드웨스트 지역을 휩쓸고 있는 옥수수로 만드는 에탄올 바람도 타고 있다.
<지는 밀밭 캔자스주 율리시즈의 농부 래리 케플리가 이미 수확이 끝난 밀밭 사이를 걷고 있다.>
몇 주 후면 수확할 옥수수 밭 650에이커를 돌아보며 “밀농사는 지어봤자 손에 쥐는 것이 많이 않지만 옥수수는 가능성이 더 크죠”라고 말하는 라이트너가 밀 대신 옥수수를 심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부터. 그러다 올해는 자신의 농지 전부에 옥수수를 심었다. 마을에 건설중인 5500만갤런 규모 에탄올 공장이 옥수수란 옥수수는 모두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미국이 식량원조를 통해 전세계를 먹여 살린다고 큰소리 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밀 덕분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밀을 가지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 동맹군들을 지원했으며 과거 소련에 대해서는 외교 무기로 사용했다. 남아 돌아가는 엄청난 양의 밀은 정기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도 메워줬다. 1970년대 초 미국 농부들은 전세계 밀 수출량의 절반을 담당했지만 올해 미국의 밀 수출은 22%에 불과하다.
농부들이 밀을 멀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작물의 씨앗들이 유전자 변형 및 잡종교배로 발전하게 된 탓도 있다. ‘몬산토’ 같은 큰 회사들은 수백만달러를 들여 더 나은 옥수수, 콩, 목화씨를 개발하고, 투자한 것 이상 본전을 뽑아왔다. 가뭄과 병충해에 저항하도록 처리된 씨앗을 심어서 더 많은 수확을 하게 돼 지난 3년간 미국의 옥수수 생산은 해마다 기록을 갱신해 왔다.
이처럼 더 잘 견디는 씨앗이 나온 덕분에 성장기간이 더 짧은 추운 지역 농부들도 옥수수 재배를 성공적으로 하게 돼 지난 몇 십년간 캔사스주 다음 가는 밀 생산지였던 노스다코타의 경우 2000년이래 밀밭은 전체 16%에 해당하는 169에이커가 자취를 감췄다. 반면 옥수수 재배면적은 67만에이커(62%)나 많아졌다.
캔사스는 1980년이래 밀밭이 20% 줄었지만 지난 4년간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는데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은 밀은 자꾸 뒤쳐지고 있다. 미국의 옥수수 생산은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30%가 증가했지만 밀은 17%가 증가했을 뿐이다. 최근 들어 옥수수의 연간 수확량 증가는 밀의 4배에 달하니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밀의 유전자 변형에 대한 대중적 저항은 아직도 거세다. 유럽과 일본은 유전자 변형된 미국 밀은 거부한다는 입장이라 몬산토는 농부들의 수출길이 막힐까 우려해 2년 전, 세계 최초의 유전공학 밀 씨앗 생산 노력을 철회했다. 밀은 사람이 직접 먹는 것이지만 옥수수와 목화, 콩은 사료, 옷, 식용유로 사용되기 때문에 유전공학 논란을 덜 일으킨다.
그보다는 덜하지만 정부의 농가지원 프로그램도 농부들이 밀보다는 옥수수와 콩을 심는 편이 더 낫겠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됐다. 연방 정부는 가을 콩 값이 부셸당 1달러95센트 미만으로 떨어지면 농부가 갚지 못하는 융자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해 줌으로써 옥수수 생산을 부추겼다. 최근 몇 년간 옥수수 값이 부셸당 2달러 이래로 떨어져 2004년에 29억달러, 지난해에는 46억달러가 들었는데 밀 값은 평균 부셸당 3달러선을 유지해서 정부 기준인 부셸당 2달러75센트를 겨우 넘겨왔다. 밀 공급이 줄어들면 최근 몇달 동안 부셸당 4달러가 넘어온 밀 값이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식품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 빵이나 시리얼 같은 제품의 원가 전체에서 밀 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는 자원이다. 같은 양을 생산하는데 옥수수는 밀보다 더 많은 에너지, 비료와 물을 들여야 하므로 부족한 수자원 공급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유리한 옥수수와 콩에 대한 인센티브 때문에 밀보다 비료값이 많이 들고 관개하느라 연료비가 들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옥수수와 콩을 심으려는 농부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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