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웃찾사’가 아닙니다. ‘애찾사’죠.‘
‘우리는 ‘CIS과학수사대’입니다. S와 I의 순서가 달라진 것을 주의하세요.‘
인기 TV프로그램들의 주역들이 광고의 다양화와 브랜드의 홍보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팔을 걷어붙였다. 마라톤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특정 상품을 위한 별도의 코너를 떡 하니 내놓는가 하면, 프로그램 고유의 노하우도 상품을 조사 및 분석하는 데 고스란히 전수하고 있다.
미국의 인기외화시리즈 ‘CSI 과학수사대’가 ‘라스베거스’편을 모태로 ‘마이애미’편, ‘뉴욕’편 등 닮은 듯 다른 자식들을 잉태해 거대한 패밀리 프로그램을 이룬 것처럼 인기리에 방송을 타고 있는 프로그램에 기반해 재탄생하는 번외 편 형식의 영상물 만들기가 광고계에서도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핀 오프(Spin off)’ 광고가 속속 탄생해 인터넷 등을 파고들며 이웃사촌 사이나 다름없는 TV프로그램에 대한 친분을 재기 발랄하게 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휴대폰브랜드 삼성애니콜의 ‘애찾사’캠페인과 소주브랜드 진로 참이슬의 ‘CIS수사대’편이다.
먼저 ‘애찾사’캠페인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파생된 것임을 이름만 들어도 바로 감 잡을 수 있다. 특징은 틀거리나 출연진의 면면에서 어떤 브랜드을 위해 엎드려 봉사하는 광고이기 전에 어엿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서 독자적인 완성도를 지녔다는 점이다.
‘애니콜을 찾는 사람들’의 출연진은 컬투, 강성범, 김재우 등 그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 캠페인을 이루는 코너들도 ‘형님뉴스’, ‘그때 그때 달라요’ 등 원조 프로그램인 ‘웃찾사’의 그것들이다.
‘쿵’하면 ‘짝’하고 짐작할 수 있듯 다른 점이라면 이들의 개그 주제가 애니콜에 모아져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그 때 그때 달라요’의 기발한 엉터리 영어 강사인 ‘미친소’ 정찬우가 애니콜의 한 기능으로 제시된 DMB를 ‘댐비’, 즉 덤벼라에서 비롯한 공격 접속사라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전개하는 식이다.
애니콜 얘기만 한다고 썰렁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나름대로 ‘스핀오프’ 작품의 자격을 갖춘 이 광고는 때로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때로는 뻔뻔스러울만큼 노골적으로 애니콜과 연계한 웃음의 성찬을 제시하며 배를 움켜잡게 만든다.
인터넷에 소개되고 있는 이 장시간의 광고를 위해 ‘웃찾사’의 개그맨들이 총출동해 담배 연기 자욱한 아이디어 회의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엿보면 애니콜의 파워에 대한 감탄과 ‘광고가 무엇이기에’라는 애처로움이 엇갈린다.
‘애찾사’ 캠페인과 달리 ‘CIS 과학수사대’의 출연진은 ‘CSI 과학수사대’의 그들과 닮은 ‘짝퉁’이다. 그렇다고 이 광고를 가짜의 어설픈 흉내내기 정도로 여기면 곤란하다.
‘참(C)이슬(I) 수사대(S)’에서 따온 CIS라는, 다소 많이 유치해 오히려 재미있는 작명법이나 원조 멤버들과 똑같은 장비를 든 채 대나무 숲을 누비며 ‘천연대나무 숯으로 정제해 깔끔하고 깨끗한 맛을 살렸다’는 브랜드의 비법을 논리적으로 알려주는 과정은 원작의 비틀기를 즐기며 ‘낄낄’거리는 요즘 네티즌의 적성에 딱 맞는다.
제작진은 CIS 수사대의 진용을 탄탄하게 꾸미기 위해 호주까지 날아가 100여명에 달하는 오디션을 실시하며 원조의 맛을 살릴 얼굴들을 물색했다. 닮았을 뿐 전혀 다른 인물인데도 목소리는 원조의 성우들로 입혀졌다는 사실도 웃긴다.
인터넷 세상이 거대하고 펼쳐지고 있는 시류에 발맞춰 ‘스핀 오프’라는 아이디어로 다양하게 소비자의 구미를 파고들고 있는 광고의 이채로운 몸부림이 감칠 맛나는 간식거리 마냥 막간의 ‘엔터테인먼트’ 역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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