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 문 자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대통령이요”라고 대답하는 남자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대통령이 된 것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훌륭한 장군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음직한 세 명의 군인들이 차례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기도 하였으며,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어도, 오랜 숙원을 풀고 기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두 분도 있으며, 초등학교에서 제일 표를 많이 받고 반장에 선출되듯이 표만 많이 받으면 의외의 사람이 뜻하지 않게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도 이제 우리는 안다.
‘그 나라에 아직도 왕이 있었나?’라고 새삼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 시대는, 이제 권력과는 무관해 보이는 희미한 영광의 왕관을 쓰고 있다해도, 그러나 아직도 건재한 왕들이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이제 세계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통령이 국가를 다스리고 있으며, 때로는 그 막강한 힘이 다른 나라에까지도 영향력을 미치는 힘있는 대통령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의 귀여운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한다고 해서 웃어넘길 일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나이든 어른들이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의중을 드러내는 일이 많이 있다. 그러하니 차기에는 누가 출마를 하려나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소원이던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을 하려고 작정을 하고 있는지 알고도 싶어진다. 그러나 그 자리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남쪽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하기도 하고,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수시로 공포탄을 쏘아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포애를 발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 한 나라를 초토화시키고 군대를 보내어 그 나라의 대통령을 체포한 나라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우리의 평화군을 보내야 하기도 하며, 또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국가로서 그에 합당한 여러 가지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가 대통령의 직분으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알게 된 사실 중에는 그래서 대통령은 아무나 하겠다고 나서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는 정말로 탐이 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는 하늘이 내리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면 보좌관들과 장관들도 하늘이 내려주기를 바라야만 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지 아니하면 그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일이 힘들고 고생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가원수를 잘못 만나서 굶어죽게까지 되는 나라가 있다는 말인가. 한심하고 처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이곳 캘리포니아에는 우리가 미국의 시민이 되어 투표권을 행사하는 때가 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지사’는 우리 이민자들도 꿈꾸어 볼 수가 있다는 맹랑한 생각을 해본다. 지난번의 주지사 보궐 선거에는 그야말로 웃기는 사람들까지도 출마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거의가 주지사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여러 가지 주민발의안을 이해하고, 어느 것이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유리한 법이며, 나아가서는 전체 주민을 위하여서 좋은 법인가도 알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야무진 꿈과 야망을 갖는 훈련이라도 쌓아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슬그머니 자라나는 우리의 귀여운 2세들을 바라본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하지는 않더라도 ”주지사가 되고 싶어요“ 하는 깜찍한 우리의 아이들이 언젠가 나타나기를 고대해 본다.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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