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기억
미각과 후각은 동시에 자극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종종 구별하지 못한다. 실제로 미각은 후각 자극에 의해 발동하는 경우가 흔하다. 신경 손상으로 인해 또는 아주 추운 기온 때문에 후각 기능을 잃으면 미각이 감소되거나 상실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미각(Taste)과 맛(Flavor)은 같은 것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Flavor는 원래 냄새에서 유래한 말이다. Flatus(방귀)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되었음을 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Flavor란 단순한 미각이 아니다. 미각과 냄새가 함께 작용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설탕은 달지만 딸기는 맛이다. 커피는 쓰지만 그 냄새가 있어서 그 독특한 맛을 이룬다. 인간의 코와 무수한 후각 수용체가 있는 입천장에서 5가지 기본 미각이 섞여져서 후각과 섞여져서 무수한 맛을 내는 것이다.
맛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후각과 미각이지만 색깔, 온도, 그리고 자극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음식에 포함된 양념은 코, 입, 목구멍 그리고 눈까지 포함하여 무수하게 퍼져있는 제3안면신경의 말초에서 화학적인 자극을 일으켜 중추신경계로 전달된다. 그래서 우리는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의 냄새라던가 박하사탕의 시원한 맛, 그리고 마늘이나 고추, 또는 생강, 칠리 또는 커리 같은 맛을 감지하는 것이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모든 감각기관의 기능이 감소되어 간다. 미각에 있어서도 혀에 산재한 맛 봉오리 숫자가 서서히 감소한다. 그래서 젊었을 때에는 소금이나 설탕을 조금 넣어도 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은 양의 조미료를 넣어야 예전 맛을 느끼는 것이다.
냄새 맡는 능력도 나이와 함께 서서히 퇴화되는 과정을 걸친다. 이미 언급한대로 후각은 음식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후각의 퇴화는 맛의 퇴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 관계로 두 감각 사이에는 불가 분리할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냄새만이 아니라 맛도 이미 경험한 기억을 되살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20세기 문학의 금자탑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거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 작품인 [스완네 집 쪽으로]에는 앞부분에 주인공이 우연히 차와 함께 어머니가 보내준 통통한 프티트 마들렌이란 과자를 먹다가 그것이 입천장을 닫는 순간 소스라치며 무수한 추억이 솟구치는 경험을 한다. 그것은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쾌감과 함께 상세한 추억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이 맛, 그것은 콩브레 시절의 주일날 아침 내가 레오니 고모의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 고모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꽃을 달인 물에 담근 후 내게 주던 그 마들렌의 작은 조각의 맛이었다.--그 맛임을 깨닫자 즉시 거리에 면한, 고모의 방에 있는 회색의 옛 가옥이 극의 무대장치처럼 나타나, 이 원채 뒤에 나의 양친을 위해 뜰을 향해 지어진 작은 별채와 결부되었다. 그리고 이 회색의 가옥과 더불어, 마을, 점심 전에 심부름을 가던 한 광장, 하루 종일 쏘다니던 거리들, 날씨가 좋을 때만 다 같이 걸어간 길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치 일본 사람이 재미있어하는 놀이, 물을 가들 채운 도자기 사발에 작은 종이 조각을 담그면, 그때까지 구별할 수 없던 종이 조각이, 금세 펴지고, 형태를 이루고, 물들고, 구분되어, 꿋꿋하고도 알아볼 수 있는 꽃이, 집이, 사람이 되는 놀이를 보는 것처럼, 이제야 우리들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스완 시의 정원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비본 내의 수련꽃 마을의 선량한 사람들과 그들의 조촐한 집들과 성당과 온 콩브레 마을과 그 근방, 그러한 모든 것이 형태를 갖추고 뿌리를 내려 마음의 정원과 더불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
필자가 이렇게 원작을 길게 인용한 것은 작가 프루스트의 끊임없는 생생한 연상, 그것을 작품에 그대로 사용한 점, 그리고 맛이 기억에 남기는 강렬한 영향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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