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70대 할머니가 자살한 사건을 두고 반응이 다양하다. 며칠전 LA 다운타운의 엔젤레스 플라자 노인아파트에서는 10층에 살던 70대의 할머니가 4세 연상인 남편에게 화상을 입힌 후 투신 자살을 했다. 노인이 혼자 살다가 외로움 때문에 자살한 케이스는 몇 번 있었지만 가정불화로 인한 자살 사건은 이제껏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1,000 가구가 넘게 사는 이 아파트 주민들 중 40%를 차지하는 한인노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몹시 심란한 분위기이다.
“(그 할머니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자식들이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왜 목숨을 끊는가. 다른 방도를 찾아봤어야지”… 노인들은 남의 일 같지 않은 안타까움을 쏟아낸다.
반면 젊은 층들은 사건이 주는 충격과 함께 70대 노부부의 가정불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70대, 80대가 되면 부부 사이에 갈등 생길 일도, 미워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치닫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40세는 불혹(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종심(從心)이라고 했지만 그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 중심이 확고해서 무엇이 닥치든지 마음이 흔들리거나 헷갈리지 않는 나이가 40이라고 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고, 50은 하늘의 뜻을 알아서 순리대로 살 나이라고 했지만 그런 50세가 몇명이나 될까.
예순이면 귀가 순해져서 무슨 말이든 다 수용할 만큼 열린 존재가 되고, 그러다 70세가 되니 마음 가는대로 해도 다 도리에 맞는 성숙한 경지가 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이 모두가 욕심, 집착, 아집을 털어 내야 가능할 뿐, 나이 든다고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가정 폭력, 치정, 그로 인한 미움, 질투, 분노, 학대 등 온갖 가정문제가 그대로 재연되는 곳이 ‘노인 아파트’이다.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는 노부부들이 물론 수적으로 많겠지만 젊은 시절 사이 나쁘던 부부들은 노년이 되면서 서로를 더 못 견뎌하는 경향이다.
가장 흔하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남편의 외도나 폭력을 아내가 수십년 꾹꾹 참으며 살아온 부부들. 할머니들이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태도를 바꾸면서 불화가 심각해진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면회가 가장 기다려지는 양로병원에서도 할머니 환자들 중에는 남편의 면회를 거부하는 경우가 꽤 있다. 평생 속썩인 남편에 대한 증오가 너무 깊어서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 속썩이던 남편이 병에 걸려 병 수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남편에게 쌓였던 서운함, 분노, 미움을 병든 남편에 대한 학대로 푸는 할머니들이 없지 않다. 언어 폭력은 물론 무력한 남편에게 육체적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아예 병든 남편을 두고 집을 나가 버리는 할머니들도 있다.
노부부의 금실은 노년에 생기지 않는다. 젊어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가는 것이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지금 잘 하고 있는지, 특히 남편들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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