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벌써 2개월이 흐르고 있지만 LA 한인경제의 젖줄이라고 일컫는 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불경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사가 안돼 힘들다”는 하소연을 늘어놓을 뿐 “밀려오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는 업주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여러 업주들은 연말 지출이 많았던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나타난 소매업체들의 매출 부진이 다운타운 의류 도매업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월1일부터 인상된 종업원들의 최저임금으로 추가 지출이 발생한 것도 이중고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업계가 고유가와 원자재비용 등의 상승으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다운타운 업주들을 취재하며 깨달은 바가 있다. 업주들이 말하는 ‘불경기’라는 단어에는 속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최악의 불경기’라고 하면서도 실제 다운타운에서는 매년 새로운 의류전문 샤핑몰이 들어서고 그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수만달러에서 수십만달러의 키머니를 지불하는 한인 업주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럭서리 차량에 고급 주택에 사는 업주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운타운의 한 부동산 업자는 “다운타운에 상가가 생기면 현금으로 웃돈을 주겠다는 한인 업주들이 너무 많다”며 “장사가 안돼 울상이라면서 어디서 돈들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세금보고 시즌을 맞아 지난해 회계를 정리하면서 발생한 차액을 메우기 위해 연말에 고급 차량을 뽑는 업주를 봤다. 이 업주는 지난 한해동안 ‘다운타운의 불경기’를 가장 많이 호소한 업주였다.
3월이 되면 의류업계는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맞게 된다. 여름 의류에 대한 주문과 함께 판매가 늘고 매년 그랬듯이 또 일감을 맡아줄 봉제업체를 찾기 위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불경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업주들이 생길 것이다.
결국 ‘불경기’라는 말은 각 업주들의 각자 관점에 따라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업주일수록 경기 하락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높다. 물론 극심한 적자와 당장 문을 닫을 만큼의 어려움까지를 겪는 업주들은 드물다.
특히 올해는 ‘황금돼지의 해’라는 말에 많은 업주들이 현혹되어 있다. 600년만에 온다는 황금돼지 해의 기대감으로 막연히 대박을 노리는 업주들이 있다. “조금만 잘하면 나도 잘 나가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고 한 몫을 잡겠다”는 말속에 ‘조금만’이 의미하는 노력의 정도가 얼마 만큼일지 궁금하다.
올해는 업체의 현 상황을 고려한 적당한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업주들이 늘어 연말에 “올해는 큰 성과는 아니어도 만족할 목표를 달성한 한해였다”는 말을 하는 업주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김진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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