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변화는 정확히 형사법원에서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1997년 IMF 사태가 터져서 경제가 어려워지자 한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몰려왔고 이곳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연히 가정이 평화롭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현상으로 가정폭행, 술과 관계되는 폭행,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매춘여성들이 대거 검거되어 들어온 것도 이 때다. 대부분이 역시 한국에서 갓 온 신참 여성들이었으며 이들의 설명 역시 한국에서 당시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는 통에 매춘 영업조차 힘들어 미국행을 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때를 같이해서 중국에서 우리 동포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들 중 많은 여성들이 무면허 지압소에서 일을 하다 체포됐다.
형사사건으로 체포되는 한인들 대부분이 미국 체류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신참이거나 불법체류자들이 많다. 미국식 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료는 기한 내에 지불하지 않으면 자동차 소유주의 운전면허증이 자동으로 정지처분 된다는 법 규정을 모르는 탓으로 운전면허증이 정지된 줄 모르고 운전하다 체포되는 한인들이 모든 인종 가운데 으뜸을 차지한 때가 있었다. 여러 번 언론을 통해서 알린 탓인지 다행스럽게도 지금 이 사건은 소수로 줄었다.
IMF의 어렵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을만한 시간이 흐른 탓으로 다행스럽게도 가정폭행 사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에 다시 그 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 특이한 것은 그 사건 내용이 종래와는 달라져 있다는 점이다.
종래의 가정폭행 사건의 주종은 부부간의 대화의 부족과 과음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최근의 가정폭행 사건은 부인의 부정에서 시작된 사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많아졌다.
기러기 가족 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고발자인 부인들이 사법절차를 미리 잘 알고 자기의 부정을 감쌀 목적으로 남편으로 하여금 폭력행위에 이르도록 유도하고 그런 다음에는 사법절차에 따른 제재나 이혼절차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 아내가 부정한 생활을 계속하다 남편에게 폭행당했는데 이를 신고, 남편은 중범 혐의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남편에게는 거듭되는 폭행행위에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상당액의 보석금이 책정되었고 형무소에 구치된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게 되었다.
형무소에 들어가게 되면 최근 9.11 사태 이후에 이민국이 수감자들의 신상 데이터를 체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인 것이 발견되면 법원에 이 사람의 신병 인수 통보를 보내게 된다. 이 조치는 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이 끝나더라도 석방하지 않고 이민국이 추후 신병을 인수하고 불법체류로 인한 추방조치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다.
불체자이던 이 사람도 이민국의 신병 인수 통고를 받게 되었고 법원에서 선고받은 폭행죄의 선고 형량을 다 치른 다음에는 다시 이민국의 추방재판에 회부되게 되었다. 한인 사회의 새로운 어두운 단면이다.

박중돈 법정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