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강도가 들었다. 권총을 빼들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사람들은 그러나 알아듣지 못했다. 왜. 영어로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위기상황이 발생한 건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을 들거나 바닥에 엎드린 사람도 없었다.
은행원들은 자리에 그냥 앉아 있다. 고객들도 같은 자세였고. 그리고는 일제히 강도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재차 소리를 질러댔다. 여전히 무표정한 가운데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 그 상황에 오히려 강도가 질려 줄행랑을 놓았다.
한인타운 초창기와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다.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다. 거기다가 미국의 총기문화도 익숙하지 않다. 그런 한인들의 은행에 강도가 들었다가 영어소통이 안 돼 오히려 도망갔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그 영어 때문에…’- 이민 1세들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중얼대어 본 말일 것이다. 노력도 해보았다. 그런데도 도무지 영어가 안 되니….
성인은 영어습득이 어렵다. 정설이 돼 있다. 단어 외우기도 벅차다. 그런데 구문을 만들어야 한다. 발음은 또 어떻게 하고. 머릿속에서 이런 것들이 맴돌다 보면 저절로 혀가 굳어진다.
왜 어른들은 영어 배우기가 어려운가. 설명이 어렵지만 1959년엔가, 와일더 펜필드와 라마 로버츠란 두 명의 신경외과 의사가 나름의 답을 제시하려 들었다.
언어를 배우는 데 가장 이상적인 뇌 활동기란 것이 있는데, 그 기간은 사춘기 시작과 함께 끝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12~14세 이전이 언어 배우기에 가장 합당한 시기라는 주장이다.
이 이론이 도전받고 있다. 외국어 습득을 어렵게 하는 데에는 생물학적 요인을 넘어 사회적, 심리학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의 마음 상태는 세상사에 찌들지 않았다. 반면 어른은 먹고 사는 문제부터 시작해 걱정거리가 많다. 거기다가 성인 이민자의 경우 스스로 선택한 땅이지만 그 땅은 이해 못할 것으로 가득 찼다. 당연히 불안지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심리, 사회적 요인이 어른들로 하여금 영어습득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안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려 든다. 이것이 영어습득에 가장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안감을 떨쳐내고, 스스로 여유를 가지라는 것. 그리고 가급적이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자주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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