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쌓아 올리는 걸쭉한 땀의 노동이 내게는 남아 있지 않다
산을 오르는 근육의 터질듯한 인내도 내게는 남아 있지 않다
새벽을 기다리던 세밀한 고통도,
햇살을 한껏 맞으며 산책하던 시간의 눈부신 여유도
이제 더는 내게 남아 있지 않다
희망은 땀으로 방울져 굵은 소금얼룩으로 굳어버렸고
인내의 시간은 초침의 세세한 칼질로
이미 오래 전 산 중턱에서 너덜너덜 흔들리고 있다
꺾이는 비명의 고통도 단지 소리 없는 영상의
한 장면인 양, 평화롭기만 하다
몇몇 호기심 많고 겁 없는 나뭇가지들이
제 그림자로 내 어깨를 뚝뚝 건드린다
감각 없듯 무게 없는 이 치덕거림...
아직도 내 주위로 수많은 건물들이 올려지고
건물 너머 산을 오르는 이들의 헐떡임이 메아리 져 들린다
그들은 그곳에서 새벽을 맞고 여유로운 햇살 아래 잠들 것이다.
내 안에 없는 그것들이
문득,
감각 없듯 무게 없는 그림자를 걷고 일어서면
그 모든 것 안에 내가 있는 것이다
<김준철>
약력: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시대문학’으로 등단.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재미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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