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무상’‘백운만리’‘행운유수’
하나의 몸짓에 불과한 것도 시인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듯, 돌덩어리 하나도 예술가가 이름을 지어주면 하나의 의미로 피어나는 것일까.
쭞이성윤 전각 전시회
칼 들고 돌과 싸우며 화해하며
이름 새겨넣은 200여개 선봬
14~28일 민속갤러리 무향거
‘돌, 이름을 얻다’(Stone: Named)는 타이틀로 오는 14~28일 민속예술 갤러리 ‘무향거’(743 N. La Brea Ave., LA)에서 열리는 ‘춘곡 이성윤 전각 전시회’를 찾는 관람객들은 이같은 생각에 잠길 법하다.
이 전시회에서는 가슴에 ‘무명무상’‘백운만리’‘행운유수’ 등의 이름을 단 200여개의 돌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본업이 사우스베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의사인 작가가 호시탐탐 생활의 겨를을 노려 작은 칼 한 자루로 돌과 싸우며 화해하며 창작한 전각작품들이다. 대부분 한자의 전서체로 쓴 작품들로 쪼아 넣은 내용을 기준으로 ‘마음 이야기’‘학문’‘자연’‘기원’ 등 4가지 테마로 나눠진다.
이밖에 널판에 시 등을 새긴 판각 작품 10여점, 한국 민간신앙에서 출발했지만 실내 장식품으로 쓸 수 있는 솟대 작품 약 10점, 찾는 이들을 축복하는 뜻에서 ‘장락’(길이 즐거우라는 뜻)이란 한자를 3종류로 새겨 한지에 3,000번 찍어 만든 ‘삼천장락도’도 선뵌다.
이번 전시회는 이씨가 작년에 ‘LA 트레저 어워드’를 받은 데 대한 과제로 열리는 것. 이 상은 LA시 문화국과 가주 음악협회가 민속 예술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수상자는 받은 그랜트로 직접 전시회나 공연을 한 번 갖고 주최측이 여는 행사에 한 번 참가해야 한다.
전통공예가인 부인 김봉화씨와 함께 무향거를 운영하는 이씨는 “어릴 적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스승과 책을 찾아다니며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전각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마음을 다스리는 작업이라 생활의 일부가 되었는데 작가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상황에서 전시회를 여는 숙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개막 리셉션은 14일 오후 5~8시 열리는데 UCLA 한국음악학과 김동석 교수팀의 국악 공연도 펼쳐져 우리 것의 소중함을 돋을새김한다.
작년 9월 개관한 무향거는 정말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는 뜻의 ‘진수무향’이란 말에서 이름을 따온 갤러리. 목가구와 다기, 조각보, 민화 등이 은은한 전통의 향기를 발하는 따스하고 고즈넉한 공간이다.
<‘돌, 이름을 얻다’는 타이틀로 오는 14~28일 ‘무향거’에서 전각 전시회를 갖는 이성윤씨가 자신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은호 기자>>
문의 (323)934-4992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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