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 뺏는다면…”
한인은행들의 제살깎기 경쟁의 현주소는 무리한 가격정책이다. 한인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크레딧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대금리에 대략 1~1.5%가 가산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량고객에게나 가능했던 ‘프라임+0.5%’가 보통 이자율이 됐다. 일부 대형은행에서는 ‘언더 프라임’인 7.25~7.5%까지 치고 나왔다.
CD금리 ‘마지노선’6% 진입
대출 우대금리 이하 치고나와
무차별 인력 스카웃… 전직 악순환
무역업을 하는 한 한인은 “오랫동안 외국은행을 이용하다 지난해부터 한인은행으로 옮겼는데 불과 수개월 사이에 2-3개의 한인은행으로부터 금리와 크레딧 라인 조정 제의를 받았다”고 실상을 전했다. 예금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은행의 정기예금(CD) 금리는 ‘마지노선’을 넘어서며 6%대에 진입했다. 역마진이 우려되는 데도 이처럼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금리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은 ‘땅 따먹기’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제살깎기 경쟁은 무리한 인력 빼오기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스카웃해 온 사람들이 그래도 1-2년은 다녔는데 요즘은 3-4개월 만에도 더 좋은 제의가 오면 옮기는 경우도 적잖아요. 은행가에서 예의니 의리니 하는 말은 실종됐다고 봅니다.”
한 후발은행장이 전하는 무차별 스카웃 전쟁의 실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력 유치 경쟁이 도를 넘어서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은행들마다 이직률은 연간 30~40%에 달해 인력 충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아예 한 부서가 몽땅 옮겨가는 ‘무더기 이직’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한 대형은행의 국제부 직원 대부분이 타 은행으로 옮기면서 부서 존립기반이 흔들렸다는 이야기는 비근한 예에 불과하다.
과열 경쟁에 따라 치솟은 몸값은 고스란히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경력이 몇 년 안 되는 젊은 직원들을 데려오려고 해도 연봉 1만여달러 인상과 직급 승진은 기본”이라고 전한다.
이러다 보니 기존 직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한 ‘파격 승진’도 남발, 보수와 승진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은행의 간부는 “전에는 부장(VP) 직급에 오르려면 10년 이상 걸렸는데 요즘은 일 좀 잘 하는 직원의 경우 4-5년에도 가능하다”며 “직원들과의 형평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타은행에서 직급과 보수를 올려준다며 손길을 뻗치니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인력이 모자라다보니 심지어 BSA(현금거래 규정) 위반 등 심각한 결함이 있어 은행을 떠난 사람들까지 고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의 자질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후퇴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인은행들이 시장 상황을 무시한 금리 경쟁을 벌이며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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