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제는 어엿한 숙녀 티가 나는 고등학생 딸아이를 그렇게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얼굴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 나도 따라 입맛을 다셔 본다. 냠냠 짭짭. 맛있고 즐겁다. 그녀는 열 여섯 나이여서 맨 얼굴로도 볼그레 화사한 아이에게 마스카라를 살짝 덧발라 주고서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는, 우리 애는요~ 냠냠 짭짭 아유 정말~이에요.
때로는 그녀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를 얄미워하고 언쟁을 벌이기도 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걱정을 태산으로 키우기도 하지만, 돌아서 문 밖을 서성이는 마음에도 언제나 그녀의 아이는 냠냠 짭짭이다.
표현은 각자 달라도 엄마의 마음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를 선사한 아이, 깨끗한 눈망울로 한없는 신뢰를 주던 아이, 엄마 목소리만 듣고도 쏜살같이 뛰어와 치마 꼬리 붙잡고 세상을 낯가림하며 바라보던 아이와 새 소리를 듣고 솟는 해를 바라보며 같이 읽던 동화책의 주인공을 꿈꾸었었지.
그런 아이들이 십대에 들어서서 세상을 배워가며 가슴앓이를 시작하고 진로를 결정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늘 명치 끝이 아파 오는 것은 모든 엄마의 공통 분모인가 보다. 당당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아줌마 누구도 이제 자신의 손길을 떠나있는 아이의 인생에 마음 한 쪽을 비워 놓았노라고 고백한다.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보이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놓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요사이 대학이 입학 허가 발표를 마친 것 같다. 여기 저기서 누구는 어느 명문 대학에 또 누구는 생각보다 만족하지 못하게 등등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들의 성인으로의 관문 일호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관심이 크다. 성실하게 원하던 바대로 좋은 결과를 이루어낸 아이들이 대견하고 든든하여 맘껏 축하를 보낸다. 반면에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은 아이들에게는 절대 실망하지 말라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
마누라 교육이 취미인 남편이 가끔 명언을 하는데, 언젠가 Safe way가 언제나 Right way는 아니라고 엄마의 치마폭 뒤에 숨으려는 아이와 나를 붙잡고 강의를 했었다. 안전한 길이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 길인 것은 아니라는 취지인데 그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좋은 학교가 인생을 풀어가는 안전한 길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옳은 길은 아니라는 것이 되는데 그 말을 전하고 싶다.
나를 거절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일은 없어 보인다. 지금의 위치가 거절당했다고 해서 나를 거절한 것이라는 확대 해석은 용기를 잃게 만든다. 우리의 냠냠 짭짭 이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반짝이는지 세상 좋은 것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보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생은 때로는 앞으로 가기도 하고 뒷걸음 치기도 하면서 다시 새로워지고, 그러면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깔을 입히게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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