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인 작가들이 참가한 다양한 미술의 세계
4월 28일과 29일 양일간, 2007년 ‘스프링 오픈 스튜디오(Spring Open Studio)’ 행사가 헌터스 포인트(Hunters point, 702 Innes St, San Francisco)에서 열렸다.
올해로 16회째 ‘스프링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주최해 온 헌터스 포인트 예술가 커뮤니티의 역사는 제 2차 세계대전 시기, 미 해군 기지였던 헌터스 포인트 지역을 250여명의 회화, 조각, 실용미술 작가들이 모여 미국내에서 가장 독특한 대단위 예술가 커뮤니티를 설립한 23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막사와 사무실, 주방과 창고 등, 버려진 미 해군의 건물들을 작업실로 개조하여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쓰기 시작한지 23년만에 캘리포니아 지역의 신진 예술가들의 고향이자 예술적 실험의 장으로 환골탈퇴한 헌터스 포인트의 역사는 북가주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할만 하다.
250 여 스튜디오 중, 175 개의 스튜디오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의 최신작을 선보이는 올해 헌터스 포인트 오픈 스튜디오 행사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가격을 대폭 낮춤으로써 애호가와 소장가들만을 위한 미술품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일반 대중에게 더욱 어필하려는 독특한 시도 또한 보여주었다.
이번 헌터스 포인트의 오픈 스튜디오 행사에는 원미랑, 최정, 산드라 리, 케이 강 등 4명의 한국인 화가도 참여하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받는 모든 상처, 어른이 되기 위해 인간과 인간들이 서로에게 가하는 아픔과 성장통을 화폭 위에 모두 표현한다는 원미랑 씨의 작품 세계는 ‘삶’이라는 주제를 목판 위에 재현한 독특한 것이었다. 추상과 구상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혼효하여 창조해낸 원씨의 작품들은 마치 잘 만들어진 나전칠기를 보는 듯한 매끄러운 질감과 물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합쳐져 더욱 고아한 동양적 미의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보였다.
23년간 헌터스 포인트를 지켜 온 터줏대감이자, ‘꿈’ 시리즈를 통해 이미 산호세 뮤지움에서 작품전을 가진 바 있는 산드라 리 씨의 작품은 ‘선’에 도달하고자 하는 작가 개인의 고독한 싸움이 회화의 기법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역작들이었다. 힘들고 고독한 삶을 그림의 주제로만 포착하는 것을 넘어, 기법마저 손가락을 에이도록 힘든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곧 창작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이 씨의 꿈시리즈는 웨트 페인팅(wet painting) 기법의 섬세한 붓터치를 통해 환상과 같은 ‘꿈’을 재현한 듯 보였다.
산호세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오로지 창작에 대한 일념으로 헌터스 포인트에 출근 한다는 최정 씨의 추상 작품은 뛰어난 화면 분할과 풍부한 색감으로 수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글쓰기와 회화를 병행하는 최 씨의 추상은 비쥬얼을 통해 표현된 한 편의 시처럼 운문적인 것이었다. 마음 즉, 심상의 모든 내용들을 걸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최 씨는 그림은 하나의 정신적 치료행위이자 자기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영화 기자> drclara@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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