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넣고는
온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뵈지도 않는 길을 부드럽게도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
잠시 머물다 가라앉고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아무 소리 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
장석남(1965~) ‘배를 밀며’ 전문
온몸이 거의 추락할 지경이 되기까지 배를 민 것은 떠나가는 님을 위해서다. 힘껏 밀어야 님을 태운 배가 부드럽게, 멀리 나갈 수 있으니까. 이 말은 사랑하는 이가 이별을 힘들어하지 않아야 자신도 슬픔을 쉽게 감당하리란 얘기이기도 한데, 떠났다고 여겼던 배는 어느 틈에 내 가슴으로 되돌아온다. 참으로 애틋한 그리움이 아닐 수 없다. 읽는 이들조차도 물풀처럼 흐느끼게 만드는.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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