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미국인들이 마신 병물은 83억 갤런에 달한다. 한사람 당 28갤런 꼴. 30년 전, 일인당 불과 1.8갤런의 병물을 마신 데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자그만치 한해 110억 달러를 병물 구입에 썼다.
최근엔 병물 수요가 우유나 커피, 맥주보다 더 크다. 매년 일인당 50갤런이나 마시는 소다수 다음이다. 10년 내에 소다수도 앞지를 것으로 미 음료시장조합(BMC)은 내다보고 있다.
사람들은 병물을 찾는 제일 큰 이유로 건강을 꼽는다. 그러나 미국의 병물 문화를 수년간 연구해 온 인디애나대의 리차드 윌크 교수는 신랄하게 반론을 펴고있다. “병물이 수돗물 보다 건강상 더 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근거가 없습니다. 법에 따라 수돗물은 하루에 2-5번 검사합니다. 그러나 병물은 3-5년마다 한번 검사 받으면 그만이지요. 수도관에서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 보다 플라스틱 용기에 오래 묵힌 병물이 더 건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병물이란 공짜나 다름없는 물을 병에 담아 개솔린보다 3-4배나 더 비싸게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 같은 장사속입니다.”
사실 미국 땅에서 공급되는 공공수돗물은 안전하다. 미 연방 환경청의 엄격한 수질검사를 수시로 받기 때문에 공공 상수시설은 거의 첨단 급이다. 샌프란시스코 수도국의 예만 보아도 일년에 10만 가지 수질검사를 거친다. 그러나 미 환경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가 수돗물이 못미더워 병물도 함께 사 마신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인 5명중 1명은 숫제 병물만 마신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놀랄 일은 대부분 병물의 수원(水源)이 수돗물이란 사실이다. 미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코카콜라 회사의 대사니(Dasani)나 펩시의 아콰휘네(Aquafine)가 수돗물을 정수한 물이다. 소독약 염소 등을 필터로 제거하고 맛을 좀 순하게 한 후 재 포장해서 파는 것이다. 그런데 병물 한 갤런 당 $7.50에서 $11을 받는다. 이는 갤런 당 1센트에 불과한 수돗물의 7백 - 천 배나 된다.
맛도 병물이 낫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수질 좋은 수돗물보다 못할 때도 많다. 캘리포니아에선 매년 식수 맛 콘테스트가 열린다. 작년 경우, 3백 명을 대상으로 한 대회에서 단 25%만 병물 맛이 낫다고 했다. 절반인 50%가 시에라네바다가 수원인 샌프란시스코와 이스트베이 수돗물을 일등으로 꼽았고, 나머지 25%는 숫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손을 들었다.
병물을 파는 세계적 대기업은 스위스의 네틀(Nettle)과 미국의 코카콜라, 펩시등 3대 회사다. 역사가 오래된 네틀사는 뻬리엘, 에로우 헤드 등 유명브랜드를 독점하고 있다. 이런 대기업들이 수돗물을 쓰면서 자연 청정수로 과대 선전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제네바 대학과 존스 합킨스 의대의 최근 보고서는 “병물이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수돗물과 별 차이가 없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윌크 교수는 비판은 날카롭다. “생수는 인간의 기본 권리입니다. 그런데 대회사들이 물을 상품화해 돈버는 수단으로 삼으면서 사람들의 마실 권리를 앗아간 셈이지요. 놀라운 것은 많이 배우고 젊은 전문인들이 쉽게 속아넘어가 물병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병물을 선호하는 실질적 큰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리라. 바쁜 일상 어디든 지니고 다닐 수 있다. 해서 앞으로도 병물 수요는 계속 늘어날 추세이다. 그런데 한번쯤 플라스틱 물병이 끼치는 공해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캘리포니아에서만 매년 10억 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재생되지 않고 쓰레기로 매장된다. 매일 3백만 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편리함에 젖어 플라스틱 공해에 무디어진 우리 세대는 머지않아 청정 공기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도 끼고 다닐 것이다. 내 건강에 좋다고 합리화하면서... 분별없는 병물 마시기는 낭비요 사치다. 그리고 공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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