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콩-대두로 발효시킨 식품이기 때문이다 중국 문헌들은 일찍부터 된장을 시(?)라 하여 외래품이라고 적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들은 된장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고 했다. 고구려 벽화에는 여기저기 항아리에 담긴 식품을 볼 수 있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 동북지방으로, 들판에 있는 야생 콩을 작물로 재배한 시기는 약 4,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원산지인 중국 동북지방은 지금의 만주 지역이다. 이 지역은 예전 고구려의 영토였던 만큼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이 고구려와 발해의 특산
물로 꼽히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대두문화가 고도로 발달한 지역은 바로 옛 고구려 영토였던 만주지방과 한반도였다. 콩은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서 척박한 땅일수록 잘 자라기에 만주 지방에서도 잘 자랐
다. 대두의 발효 식품인 장문화가 이어져 발달 해 왔다. 삼국지 위지 등 중국 고대 문헌들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선장양(善醬釀) 즉, 발효 식품을 잘 만든다고 했다.
[주례(周禮)]와 [논어(論語)]에 나오는 장은 짐승이나 조류의 살코기를 소금에 절여 만든 육장이지 콩으로 만든 장이 아니다.다만 중국은 발해로 부터 콩으로 만든 된장인 ‘황장(黃醬)’ 혹은 ‘두장(豆醬)’을 만들어 먹
기 시작했다. 조선 정조 때의 사학자 한치윤이 쓴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중국의 [신당서(新唐書)]를 인용해 발해(渤海)의 특산물로 발해의 수도인 책성(柵城)의 ‘시(豆支)’를 꼽았다. 서기 200년경에 나온 [설문해자(說問解字)]라는 사전에는 ‘시(豆支)’를 콩과 소금을 혼합해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 식품이라고 표현해 놓고 있다. ‘시(豆支)’가 된장인지 청국장인지 혹은 그냥 싼 맛의 메주 덩어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의 기록에는 ‘시(豆支)’가 발해의 특산물이라고 했고, 또 고구려 사람들이 발효식품을 잘 만들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우리의 최초기록은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신문왕 3년, 서기 683년에 폐백 품목으로 장(醬)과 시(豆支)를 꼽았다. 이 기록으로 보아 이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간장과 된장을 따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사지(高麗史志)에는 1018년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지금의 의주 지방인 홍화진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어, 조정에서 옷감과 소금, 된장을 지급했다고 적혔다. 또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도 여름에는 된장이, 겨울에는 김치가 있어야 한다고 기록돼 있어 된장은 고려시대 때 이미 우리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된장 담그는 법은 조선시대 명종 9년인 1554년에 편찬된 구황섭요(救荒攝要)에 잘 나타나 있다. 구황섭요는 된장 담그는 법을 상세히 기록한 고전이며 모두 8가지의 된장 제조법이 실려 있다. 어쨌든 된장 제조 기술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발달했던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한편 동남아 역시 콩으로 만든 장이 아니라 물고기로 만든 어장이다. 일본의 미소는 한국에서 넘어간 된장의 종류이다.
일본 된장인 ‘미소’는 8~9세기 무렵 한국의 된장인 미장(未醬)이 일본으로 건너가 변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처음에 된장을 ‘미소’ 혹은 ‘고려장(高麗醬)’이라고 불렀다고 하며 ‘미소’라는 발음도 우리나라의 ‘미장(未醬)’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송나라 사람인 손목이 고려의 말을 정리하여 펴낸 고서 [계림유사]를 보면 ‘미소’라는 말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손목은 이 책에서 고려말로는 장을 ‘밀조(密祖)라 쓰고 읽기는 ‘미소’라 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왜명유취초]라는 책을 보면, 고려 장은 ‘미소’라 부르고 한자도 아예 같은 음인 ‘미소(美蘇)’라 쓴다고 적고 있다.
고려조에 우리 민족은 음식문화를 비롯하여 많은 문화유산과 생활의 지혜를 일본인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 중에는 우리의 오랜 전통 음식인 ‘장’도 있었으며, 장을 담그는 방법 또한 고려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전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고려인들이 장을 지칭하던 말 ‘미소’는, 정작 우리말에서는 사라졌지만, 일본인들은 오늘날까지 고려인들이 전해 준 ‘미소’라는 말을 쓰고 있다.
물론 ‘말’은 고려인들이 전해준 그대로지만, 오늘날의 일본의 ‘미소 된장’은, 우리나라의 된장과만드는 방법과 맛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된장은 메주로 만들지만, 일본의 미소 된장은 콩을 쪄낸 것에 쌀누룩을 섞어 만드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지금도 일본의 산간지역을 찾아가보면, 여전히 옛날 고려인들이 가르쳐준 그대로 콩으로 메주를 떠서 장을 담그는 곳도 남아있다고 한다.
또 17세기 후반의 일본 서적인 [포주비용 왜명본초] 같은 고서적에도 예전에는 일본인들이 한국식대로 콩만 가지고 메주를 떠서 장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 고유한 장문화가 2004년 9월 8일 한국 된장의 국제규격화가 중국과 일본의 견제로 실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된장(Doenjang)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에도 장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식생활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지금 우리는 대학은 물론 그 어느 곳에서도 식생활문화사를 교육하는 학과도 없고 단체도 없다. 그러니 우리 전통음식 대부분이 일본과 충돌하거나 국제규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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