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LA총영사관에 여권 발급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9일 총영사관을 찾은 한인들이 여권 창구 앞에서 길게 줄을 늘어 서 있다.<신효섭 기자>
이중국적 한인들 총영사관으로 몰려
미국 여권대란의 불똥이 한국 영사관으로 튀고 있다. 이중국적 상태의 일부 한인들은 늑장 발급되는 미국 여권을 피해 신속 발급되는 한국 여권을 받아 한국 방문에 나서고 있다. LA 총영사관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맞아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이들 중 한국 여권을 신청,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 여권이 필요 없는 이들이 LA 총영사관을 두드리는 이유는 미국 여권 발급 소요시간이 최대 18주까지 늘어나며 여권대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 멕시코 여행 때 여권 소지를 의무화하도록 규정을 변경하며 폭주하는 여권 신청자를 제때 처리 못해, 여권 발급 적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인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미리 예약한 항공기 스케줄 내에 미국 여권을 발급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두드리면 쉽게 열리는’ 한국 여권 사냥에 나서고 있다. LA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급하다고 하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빠르면 1주일 내로 신속히 발급해 주는 영사관의 민원 편의를 일부 이중국적자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민원인들은 미국 여권 신청 후 7~8주 가까이 소요되는 기나긴 적체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면서도 유독 한국 공관에는 서류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채 여권을 신청하러 와서 “빨리 발급해 주지 않는다”며 목청을 높여 영사관 직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법적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다.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후 한국 국적 포기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은 아직 한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LA 총영사관의 이 관계자는 “‘이거라도 발급받자’란 심리로 한국 국적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한국 여권에 관심을 보인다는 게 한국 사람으로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라며 어쩔 수 없이 여권을 신속 발급해 주면서도 얌체 이중국적자가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이중국적자를 일일이 가려낼 수도 없어 알면서 내주는 꼴이 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중국적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 시민권 취득 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과 미국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과 한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이 비공식 이중 국적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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