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은 날이거나 구름이 짙게 낀 날은 옆구리로 결려 오는 향수를 껴입고 웨스턴 1가의 한국마켓을 간다 그 곳에 가면 붕어빵처럼 순하게 생긴 아줌마가 추억을 팔고 있다 옛날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빵틀에서 갓 나온 붕어빵을 받아 들면 낮익은 곳에서 풀리는 긴장감처럼 막연한 평정이 냄새로 스며들고 아직도 단발머리로 기억되는 친구들이 어서 와서 앉으라고 손짓한다 간판도 없는 어설픈 공간에 몇 개의 의자와 빵틀만 덩그라니 놓여있던 그 집은 하교 길에 꼭 들리는 우리 다섯명의 아지트였지 멀미하는 나를 위해 수학여행도 포기하자고 모의했던...
경애, 순옥, 인숙, 교숙아 너히들은 알겠지 내가 빠리 바게트보다 붕어빵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추억 한 입 베어 물면 옆구리가 산뜻해져 달포는 거뜬한 그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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