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과 탈레반 포로가 맞교환이 안 되는 경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탈레반이 경고하고 있다. 끔찍한 결과란 무엇일까. 한국인 21명 모두 살해? 그건 아닌 것 같다. 외국인 여성은 탈레반이 지금까지 살해한 적이 없다. 끔찍한 결과란 남자 인질 5명을 죽이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탈레반은 지금까지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한국인 남자 인질부터 차례로 죽이겠다”고 협박해 왔다. 중동에서 인질로 잡혀서 죽을 때는 “레이디 퍼스트”가 아니라 “맨 퍼스트”다. 남자부터 죽이겠다고 협박하니 아들을 샘물교회 봉사단에 보낸 부모들은 매일매일 가슴을 조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보도도 있었다.
유럽인들이 “가장 불행한 남자”로 꼽는 남성은 독일 여자를 아내로 삼고 영국 요리를 먹으며 프랑스 차를 타고 다니는 남자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힌 한국 남성들이다. 툭하면 남자부터 먼저 죽이겠다고 하니 그 공포감이 오죽할까.
사실 죽는다는 것은 편안해지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것은 죽음을 앞에 둔 순간이다. 그것은 마치 치과에 가서 의사를 기다릴 때 가장 불안한 것과 비슷하다. 오히려 이빨을 빼는 순간은 마취를 하기 때문에 아프지가 않다.
알카에다에게 인질로 잡힌 후 처참하게 목을 잘린 김선일씨나 대니엘 펄 기자(월스트릿 저널)가 여성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처형당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여기자 질 캐롤도 지난해에 이라크 저항세력에 82일간 억류되어 있다가 처형되지 않고 풀려났다.
탈레반이 한국 여성들을 풀어줄 것처럼 제스처를 보이자 “탈레반은 여성들에 관대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잇는데 이들은 여성 관대와는 거리가 먼 존재다. 탈레반처럼 여성에 대해 잔인한 사람들이 없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탈레반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바르마크 감독이 만든 ‘OSAMA’인데 탈레반 통치 하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핍박 받고 사는가를 어느 모녀의 비참한 생활을 통해 그린 내용이다. ‘오사마’는 스토리가 매우 감격적이고 충격적이며 예술성이 높아 골든그로브 상까지 탄 작품이다. 영화에서 탈레반이 여성들을 직장에서 모두 쫓아내 모녀가 끼니를 잇지 못하게 되자 간호사 출신의 어머니가 “어쩌다가 나는 여자로 태어났는가”라며 통곡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영화를 보면 탈레반이 얼마나 광신자들이며 비인간적인지 그리고 이들이 외국인을 어떻게 처형하는지, 누가 처형을 결정하는지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스토리가 사실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록영화 성격을 띠고 있다.
“나는 왜 남자로 태어났는가”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났는가”의 절규는 탈레반의 비인도적인 처사 때문에 탄생한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탄식이다. 탈레반이라는 단어는 ‘쿠란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한국인 남성인질 살해는 잘못된 믿음과 광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슬람이 어떤 종교인지를 또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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