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하나인데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자들이 많으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들의 갈등을 해결하여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 사양하며 돌려가며 지도자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따르고, 또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국제사회 생존경쟁 속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직면할 수도 있는 현실이기에 양보를 허락할 여유가 없다.
갈등해결 방법으로 싸워서 이기는 자, 즉 강자의 논리를 따르는 명확한 승부의 방법이 정립된 문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내지는 유럽 국가의 결투, 미국의 서부활극에서의 결투, 일본의 사무라이의 결투에서는 일단은 강자가 진리라는 공식이 있다. 이런 형태의 갈등해결 방법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다.
우리문화에서는 결투라는 해결방식이 없었다. 즉 힘으로 겨루어서 이기고 지는 명쾌한 승부와 패자의 승복이라는 갈등해결 법은 없었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갈등의 해소방법에서 투서와 모함의 방법이 많이 쓰여 왔다. 정정당당한 대결보다는 조광조를 잡을 때도 이순신을 투옥할 때도 이런 힘의 논리보다는 질투와 모함의 방법이 주로 쓰여 왔다.
현대판의 질투와 모함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비리’ 밝히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조광조를 죽이듯이 이순신을 모함하듯이 비리, 조작한 비리라도 만들어내고 싶은 후보자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대선 때도 김대업이란 사람이 후보자의 비리를 조작, 선동해서 언론을 타고 대선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었다.
대권쟁취이라는 결투에서는 정정당당히 자기 자신의 능력, 덕, 유권자들에게 얻는 신망, 자신의 정치 행적에서 닦은 업적과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구상 등을 국민 앞에 내세워서 득표의 강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상대의 비리검증보다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승리하기보다는 상대후보의 약점을 밝힘으로 상대 후보가 스스로 무너지는 어부지리를 바라는 대권주자들이 있는 것 같다. 상대후보의 재산규모, 성 스캔들, 직권 남용 등의 과거사를 밝혀서 그의 인기를 떨어뜨리고 싶은 후보들과 혹시라도 막판 뒤집기 할 만한 사건을 꾸미고 싶은 참모들이 날 뛰게 마련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결정되자 범여권과 민노당에서는 일제히 환영(?)을 표명했다는데, 정정당당히 싸워볼 만한 경쟁자란 뜻이 아니라,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증’을 하겠다는 선언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왜 내가 대선에서 승리해서 나라를 이끌어야 할 것인지에는 별로 할 말이 없는 사람들은 왜 남이 대권을 잡지 말아야 하는지에 열을 올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검증이라는 괴물’이다.
이들은 자신의 도덕성을 주장하며 동시의 남의 비도덕성을 질타한다. 또 “나는 너보다는 덜 더럽다”는 도덕성의 상대적 우위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것이 소위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불행히도 스스로 내세울 것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함과 선동으로 남을 죽이는데 성공한 사례도 많았기에 이들은 네거티브 캠페인에 매력을 느끼고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네거티브 캠페인의 해독제는 현명한 국민들의 판단이다. 질투와 모함에 선동당하지 않고, 오히려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이는 자들을 낙마시키는 선거문화가 확립된다면 민주주의의 꽃이 피리라 믿는다.
정균희 UCLA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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