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TV는 TV에 전시되는 개인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앗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인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21쪽)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특정 공간에 밀어넣고 그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가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TV에서 자주 보게 됐다.
프랑스 국립범죄행동학교 연구원인 올리비에 라작은 ‘텔레비전과 동물원’(마음산책 펴냄)에서 짝짓기 쇼, 게임 쇼 등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부각시키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해 유형화함으로써 시청자를 길들인다고 지적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1999년 네덜란드에서 젊은 남녀 10여 명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 ‘빅 브라더’가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저자는 이런 프로그램을 과거에 원주민을 있는 그대로 동물원에 전시했던 모습과 동일시한다.
19세기 말에서 1930년대 초까지 이국적 원주민 무리가 유럽 전역에 걸쳐 동물원에 전시됐다. 이 인간 동물원은 그들의 진짜 인체를 전시했다. 거기서도 사람들은 인간들을 유형화시켜 무대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갖고 있던 남과 다른 것, 낯선 것을 망각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유형화된 것과는 다른 것을 배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디어의 직업윤리를 제안하기보다는 개인의 윤리를 강조한다. 자신 스스로를 염려해 모방을 자율적이고 내재적 비판에 복종시키는 것,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길들여지지 않고 휩쓸리지 않는 것 등이 저자가 주장하는 개인의 윤리다.
백선희 옮김. 232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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