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계에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박근혜씨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지 세력의 결집현상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돈 쓰면서 쫓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돈 안 쓰는 리더가 존경 받는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힘든 일이다.
고통과 시련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매화가 겨울을 견디지 못하면 향기가 없는 법이다. 지난 1년 동안 피나는 경쟁을 벌이면서 박근혜는 정치인으로서 엄청나게 큰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에게 졌는데도 화제는 패자인 박근혜에 쏠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국 정치에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원칙 있는 정치, 깨끗한 정치의 시범을 박근혜씨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2001년 3월 당시 국회의원이며 한나라당 부총재인 박근혜씨를 그의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는 솔직히 말해 그가 정치인으로는 어울리지 않고 대학교수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인상을 받았다. 지성적이고, 예의 바르고, 우아하고, 정직해 보였다. 모순투성이고 진흙탕인 한국의 국회에서 박근혜씨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앞으로 지낼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의 박근혜씨는 시대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실감케 한다. 그 자신도 인터뷰에서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언급했었다.
“아버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박근혜씨는 “어느 언론인이 박정희 대통령을 보려면 그가 만들어낸 시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박정희를 어떻게 만들었느냐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했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간접화법으로 아버지를 설명했었다. 그러면서 “악기는 좋은 소리를 내야하고 요리는 맛을 내야하고 정치인은 항상 국민의 편에서 소리를 내야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매우 인상에 남는다.
정치인 박근혜의 장점은 원칙을 지키고, 파벌을 지양하고, 돈으로 사람을 사지 않는 깨끗한 자세다. 원칙을 주장하기 때문에 때로는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강한 면도 있지만 한국 정치판에서는 보기 드문 정직한 자세다. 간디는 원칙 있는 정치가 부패척결의 제1 조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의 보수정당이 차떼기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바꾸어 놓으려면 박근혜와 같이 원칙을 정치생명으로 삼는 리더가 나타나야 한다.
박근혜는 3김 시대를 대체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증명되었다. 왕년의 김대중씨가 야당시절 호남에서 보여준 바람을 연상케 한다. 지지자들이 약간 광적인 것도 과거 DJ 현상을 꼭 닮았다.
앞으로 영남에서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은 누구나 ‘박근혜의 지지’를 원할 것이다. 영남에서 박근혜를 비난하는 사람은 정치적인 도박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이는 박근혜씨가 명실상부한 영남의 정치적인 맹주로 자리를 굳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씨는 젊다. 대통령도 좋지만 야당 지도자로 정치 경력을 쌓는 것도 시대적인 사명이라고 본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도, 그리고 ‘정치는 3류’라는 한국 정치풍토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도 그가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시대가 사람을 부른다. 언젠가는 한국 국민들이 정직한 지도자를 목마르게 찾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정치인 박근혜’는 또 한번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 철 /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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