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체류 2년간 미주 동포사회의 거대한 잠재력을 목격했고 동시에 미국 내에서 아직은 미약한 동포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를 확인했습니다.”
존스합킨스대 국제대학원 연수를 마치고 오는 9월말 귀국하는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전국청년위원장(45.사진)은 한국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재미동포들과 미국의 실체를 가까이서 확인한 게 학업 이상의 큰 소득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정치인 레테르를 잠시 뗀 그는 학생이었으나 여전히 열성적인 운동가였다. 한국문제 전문가인 존 오버도퍼 존스합킨스대 교수의 초청으로 유학길에 오른 그는 “아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정치수업이자 실험을 했다.
“과거 정권에서 단절된 한미 관계의 네트웍을 복원하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ARGK(Advanced Research Group on Korea) 창립으로 이어졌다. 데이빗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 등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네트웍이다. 1년 넘게 토론을 함께 하며 그는 냉철하게 미국을 관찰하고 미 전문가들과 한반도 문제란 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한국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화염병식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던 그는 “미국은 좋든 싫든 한국에 가장 중요한 나라”라며 객관적인 국익 차원의 미국관을 강조했다.
허 전 위원장은 워싱턴 한인사회 역사에서 독특한 존재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모국 정치인들이 도미 기간을 세월을 낚는 강태공으로 보냈지만 그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동포사회’에 뛰어들었다. 1.5세 한인을 중심으로 한 미주한인봉사단(KoAmCo) 조직에 참여 유권자 조직운동과 캠페인을 전개한 그는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도 숨은 역할을 자원했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낸 광고료를 자신의 학비로 먼저 대납하기도 했고 범대위 활동을 뒤에서 도우는 한편 의회를 찾아 위안부 결의안의 지지를 호소하는 작업에 지난 여름 땀을 흘렸다.
그는 “갈등과 오해도 많았지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동포들의 진전된 정치력과 단결한 힘 때문이었다”며 “미 유력 정치인들이 한인사회를 스스로 찾는 모습을 보고 미국의 거대한 영향력이 한국에 긍정적으로 끼칠 힘이 한인사회에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미주 200만 한인들의 잠재력에 주목한 그는 “그 힘이 한반도 통일 시기에 긍정적 영향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며 “한인들의 힘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이 필요하다”며 네트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적 네트웍의 일환으로 그는 귀국 후 코리안 디아스포라 네트웍 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미주 동포와 한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교환 프로그램이다.
그는 “1.5세 동포들은 모국에서 역사와 사회, 문화를 체득하고 한국의 시민활동가들은 미국에서 적어도 1년 이상 연수하며 국제적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미주 동포사회와 모국의 발전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허 전 위원장이 지켜본 미주 동포사회는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그중에서도 동포사회와 재외공관의 간극을 첫손으로 꼽으며 외교관들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주재원들이나 공관에서 동포사회의 주체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외교관들의 동포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귀국 후 정치적 진로에 대해 그는 “범여권 후보를 돕고 국제교류와 협력 부문의 전문 능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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