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한국마트에서 사온
순대를 먹는다
밀려드는 허기는 추억이다
타원형으로 나란히 썰려진 세월들이 씹히며
눈물을 만들고
나는 잠시 먹먹하다
내 기억의 양념들
적당히 버무려 추억의 자루에 꼭꼭 채우는 동안
몸부림치던 피톨들
재 속의 불씨처럼 가만히 숨죽였으리라
뜨거운 김 속에서 붉게 익어갈 때쯤
그들은 알았을까?
쌍문동 시장골목 순대국 집과
내 유년의 어머니 시장바구니 속 순대
팽창한 호스에서 쏟아져 나온 물줄기처럼
아직도 팽팽하다는 것을
목으로 넘겨지지 않는 날 선 시간들
썩둑썩둑 잘라내어
맑은 눈물과 함께 밀어 넣는다
어느새 따뜻하게 일궈지는 불빛 그리움
장태숙 ‘순대’ 전문
이민자들에게 있어 음식은 사뭇 공감각적으로 기억에 저장돼 있다. 혀끝에 느껴지던 미각은 물론 색깔이라든가 그 음식 특유의 냄새 등등, 그밖에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까지도. 그러니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주방장의 뛰어난 손맛이 아니라 향수다. ‘누구누구랑 어디어디서 먹었던 음식’이라는, 추억을 얼마나 자극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고급음식도 아닌 순대가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에서고.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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