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를 보러 산엘 올랐는데
산 아래 낮은 몸들이 어두워지는 저녁을 맞고 있었다
길고 낮게 뱃고동이 울었다
뱃고동의 울음을 따라
커다란 배 한 척이 쭈글쭈글 터진 바다의 살갗을 기우며
천천히 둥근 바다 속으로 들었다
길고 낮게 뱃고동이 한 번 더 울었다
길고 낮은 음을 가진 것들은 저토록 애달프게 울었다
움푹한 둥근 배를 안고
쭈글쭈글 살갗이 터진 주름을 안고
목욕탕에서 내게 등을 내어주던 어머니도 그렇게 한 번 우셨다
어둔 아궁이 생솔가지 분질러 넣으며
타닥타닥 생솔 타는 연기 속에 쭈그리고 앉아
어머니를 부르며 어둑어둑 마당의 거름밭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어두워지는 저녁을 새기듯 우셨다
비가 올 즈음의 물비린내 같은 딸애의 잠든 머리맡에서
어둑한 낮은 소리로 밥 먹자, 밥 먹자 흔들어 깨우며 울었던
어떤 날의 기억은 지독한 물비린내가 난다
울음을 다 새기듯 아득하게 핀
물비린내 속에서 혼자 낮게 울었다
강미정 ‘낮게 울다’ 전문
‘길고 낮게’ 우는 뱃고동 소리와 소리죽여 우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참으로 고통스럽게 읽힌다. 교통수단으로서의 ‘배’와 육신을 가진 어머니 ‘배’와의 동일성. 움푹하고 둥근 배가 그러하고 쭈글쭈글하게 터진 살갗이 그러하고, 맘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우는 이미지가 또한 그러하지 아니한가. 배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시인으로 이어지면서 낮게 우는 울음의 환기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슬픔의 전이가 매우 빠른 시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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