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상부구조에는
늘 가부좌를 틀고 앉은
야윈 아버지가 숨쉬고 있다
유달산으로 난 쪽문을 열어둔 채
낡은 시첩, 화선지와 묵 냄새 풍기는
흑백의 풍경이 숨어 있다
내 마음의 하부구조에는
늘 복잡거리는 일본식 집
즐비한 다다미방 틈새로
김치국물 젓갈냄새 배인
엄마의 치마폭이 날리고 있다
선창 쪽으로 문을 열어둔 채
싸구려 밥과 술주정뱅이 냄새 뒤엉킨
비린내나는 풍경이 살아 있다
반평생 오르내리다
아래층에도 위층에도 몸 붙여보지 못한
나는 아직도 오르내리고 있다
낱낱으로 쓸쓸한 풍경 사이
어쩌다 하나가 되며
김해자 ‘내 마음의 계단’ 전문
권위주의의 구조를 가옥의 모양으로 고스란히 그려놓았다. 일본 식민지의 잔재인 다다미가 깔린 가옥. 이층엔 시를 쓰고 난을 치는 고고한 아버지가 거처를 하고, 아래층에는 그 아버지의 권위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엄마와 그밖에 식구들이 복작거린다. 그나마 시인은 양쪽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고,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 놓였던 계단은 어른이 되어서도 걸핏하면 상처로 되살아난다. 이 시 역시도 그 계단 중간쯤에 쪼그려 앉아서 쓴 것이 분명하고.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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