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기업들 호재작용
수입물가 큰 우려 없을 듯
헨리 폴슨 연방 재무장관이 재임한 지난 15개월 동안 달러화는 8%나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 경제엔 양면성이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미국에 투자하려는 손길이 확 줄어들 수 있고, 수입물가도 올라 인플레이션 걱정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해외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들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수의 전문가들이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입가격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입 물가를 걱정하기보단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에 방점을 둔 해석이다. 달러화 약세로 누구보다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미 수출업체들이다. 그동안 고전해 왔던 제조업체들에겐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지난 달 미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은 향후 4년 동안 8억달러에 달하는 `뷰익`과 자동차 부품을 중국 합작회사에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분기 GM, 보잉 등 미 기업들의 수출은 전년동기비 1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미 상품수지 적자 규모도 140억달러 줄어든 4,050억달러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 같은 미국의 상품수지는 20년만에 가장 크게 개선된 것이다. 상품수출 증가율은 수입보다 2배나 높았다. 이처럼 미 상품수지 적자 규모 감소는 주택시장으로 인해 주춤할 수 있는 경제 성장률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일 미국의 8월 무역수지 지표가 발표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 무역적자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미 행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바로 중국 위안화.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많다. 위안화 절상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의회에선 중국에 대한 제재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그러니 미국 정부로선 무역 불균형 해소책으로서 달러 약세가 반갑기도 한 것.
모간스탠리의 소피아 드로소스 환율 스트래티지스트는 “폴슨 장관이 개인적으로도 달러화 하락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보호주의 정책을 펴고 싶지 않은 미국 정부로서는 달러화 하락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설명이다.
드로소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화 하락을 막는 것은 미 재무부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다”며 “이들은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달러화 약세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또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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