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스펙터 전 베어스턴스 사장.
실적 부진으로 사퇴 잇달아
글로벌 신용 위기 여파로 세계 금융계를 주무르는 월스트릿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본격적인 ‘시련의 계절’을 맞이했다.
신용 위기 여파로 잇따라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CEO들에 대한 책임론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스트릿 CEO들이 거액 연봉을 받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화를 더 돋우고 있다. 메릴린치의 오닐 CEO는 지난해 5,100만달러, 시티의 프린스 CEO는 2,500만달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UBS 등은 이미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사장급 인사들을 속속 해임시킨 바 있다. 태풍은 이제 투자은행의 ‘넘버 원’에게로 방향을 돌렸다. 미 최대 금융회사 시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CEO는 이미 경질론에 휩싸였고,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CEO의 입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월스트릿 대형 투자은행 중 최고위층 임원이 가장 먼저 사임한 곳은 베어스턴스. 산하 헤지펀드 청산으로 투자은행 중 가장 먼저 서브프라임 화를 입은 베어스턴스는 지난 8월6일 채권 및 주식 운용 총괄인 워렌 스펙터 공동 사장을 해고했다.
스펙터 전 사장은 30세에 이사로 승진하는 등 베어스턴스 내에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려온 인물. 73세의 노령인 제임스 케인 현 베어스턴스 CEO의 뒤를 이을 가장 강력한 차기 CEO 후보였다. 하지만 거세게 밀어닥친 서브프라임 사태는 한순간에 그를 침몰시켰다.
UBS는 지난 7월에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헤지펀드 자회사인 딜런리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피터 우플리 CEO를 쫓아낸 바 있다. 며칠 뒤 메릴린치는 2인자이자 글로벌 채권 부서 대표였던 오스만 세머시, 세머시와 함께 미국 채권 부문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데일 라탄지오를 사퇴시킨다고 밝혔다.
CEO들의 자리도 가시방석이긴 마찬가지다. 시티그룹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찰스 프린스 역시 실적 부진으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시티그룹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비 60% 급감한 22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프린스는 4년의 CEO 재직 기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티그룹 이사회는 그의 경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는 벌써 차기 CEO 후보군 물색 작업에 돌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티 이사회가 차기 CEO 후보로 존 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CEO를 점찍고 그와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상최초의 흑인 출신 투자은행 CEO로 상당한 상징성을 확보하고 있는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CEO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메릴린치의 공격적 채권 투자를 주도한 인물도, 이번에 물러난 오스만 세머시 글로벌 채권 부문 대표를 영입한 인물도 오닐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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