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넣듯
오동나무 관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 수 없도록
문고리에 놋숟가락을 꽂고 지금
조석점여사는 화장 중
젊어 이별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길고 긴 시간을 화장 중이다
칠순날 아침 한복을 차려입고
꽃분홍 미소를 짓던 조석점여사
얼마나 고운 화장을 하길래 이리 시간이 걸리나
방문 밖에서 그녀의 단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늙은 아들과 화장기 없는 딸들이
뜨건 고기국물을 들이키다 졸고 있을 때 11
이윽고
그녀의 마지막 단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모니터가 깜빡인다
칠십 칠 년 동안
덕지덕지 눌러 붙었던 것들 깨끗이 닦아내고
일생 가장 정성들여 끝낸 마지막 화장
끝까지 붙들고 있던 근심까지 다 지워버린
저리도 가볍고 맑은 뼈들
서쪽 하늘이
오래 지핀 장작불에 벌겋게 달아오른다
전명숙 ‘화장’ 전문
장례법의 하나인 火葬을 살아서 꾸미는 꽃단장의 化粧으로 생각하다니. 역시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상상이며 여유로움이 아닌가 싶다. 지독하게 뜨거운 화장장의 불길을 그야말로 불길로만 본다면 유족들은 많이 힘들지 않겠는가. 그것을 분단장하는 신부의 아름다움, 젊어 이별한 남편을 만나러 가기 위한 단장이라고 여기고 나니 죽음은 생각처럼 절망적이거나 슬픈 것만이 아닌 게 된다. 마침내는 ‘저리도 가볍고 맑은 뼈’들을 보여주기까지 하는.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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