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다
돌부리에 걸려 개천에 처박힌 적이 있었다
하늘엔 제비가 높이높이 날고,
핸들이 꺾인 자전거가
코뿔소처럼 머리를 들이박고 있었다
바람을 너무 많이 넣었군
바퀴의 심장이 터져버렸어
타이어가 찢어진 자전거를 끌어올리며
강진상회 아저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구부러져 내리는 햇살을 밟고
찢어진 교복에 담겨 걷던 등교 길에서
길을 껴안고 있는 돌부리를 보았다
자전거를 밀어낸 건 돌부리의 완력이 아니라
바퀴 내부에 숨죽인 바람의 저항이었다
적당히 바람이 빠진 짐자전거에 쌀가마를 싣고
불안하게 그러나 가장 안전하게,
언덕배기를 넘어 쌀 배달 가는 아저씨
둥글게 어깨를 말고 바퀴를 받아넘기는
돌부리들이 눈에 보였다
고영 (1966~) ‘바람의 저항’ 전문
시행착오를 무수하게 겪는 것이 젊음이다. 용기만 펄펄 넘쳐서 사고를 치기에 알맞은 시절. 무거운 인생을 싣고 언덕배기를 넘을 수 있는 자전거는 적당히 바람이 빠진 타이어라야 마땅하다는 것을, 젊을 땐 대부분 모른다. 심장에 바람을 탱탱하게 집어넣고 어디론가 달아날 궁리나 했으면 했지. 나 역시도 여러 번이나 곤두박였다. 지금은 바람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도 되었지만.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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