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자의 국제전화 및 이메일을 법원 영장 없이 도청할 수 있도록 정보기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해외정보 감시법(FISA) 개정안’이 이민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소수계 언론단체 ‘뉴 아메리카 미디아’와 인권연구단체 ‘오픈 소사이어티’가 공동 주최로 18일 DC 소재 ‘모트 하우스’에서 연 포럼에서 케이트 마틴 ‘국가안보연구소’ 소장은 “알려진 것과 달리 미 정부는 테러리스트 용의자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전부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해외 가족과 자주 연락을 취하는 이민자들이 모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정보감시법 개정안은 지난 8월 6개월 한시 적용을 조건으로 연방 상원과 하원을 통과한 후 부시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현재 시행 중으로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 등을 비롯 인권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마틴 소장은 또 얼마 전 오레곤주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모슬렘 변호사가 법원 영장 없이 감청은 물론 2주간 수감되고 가택수색을 당했던 예를 들면서 “부시 정부가 테러분자 색출을 이유로 치외법권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테러 용의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헤리티지재단의 브라이언 월쉬 연구원은 “정부 시책의 위헌성 여부와 권한 남용을 늘 감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 헌법 수정 4조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영장 없는 수색과 압수를 인정하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월쉬 연구원은 “미 안보와 관련해 역대 정부들이 지금까지 ‘상당한 이유’라는 수정 4조에 따라 적절히 권한을 행사해 왔으나 9.11 테러사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며 “현재 미국 정부는 테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인식 하에 정책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 참석한 소수계 언론인들은 “독재 국가에서나 볼 수 있던 감시 관행이 미국에서도 일어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언론의 감시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생활 보호냐, 안보냐’의 논란은 뉴욕타임스가 2005년 정보기관이 테러정보 수집을 구실로 시민들의 통화내용을 도청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후 불거져 지난 해 미 의회에서 청문회가 열린 바 있다. 미 정부는 지난 수년간 테러 조직원들의 휴대전화를 감청하고 이메일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수천 명의 통신 내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확한 통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방 의회는 그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 6개월 한시적인 적용을 조건으로 정보당국의 권한을 확대하는 ‘해외정보 감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민자 커뮤니티 및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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