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젊은이들이 외국과 도시로 다 빠져나오는 바람에 지금 조선족 사회에서는 지진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100퍼센트 중국동포(조선족)들이다. 협회 통계에 따르면 상해에만 중국동포 관광가이드가 3,000명이나 된다. 지난 11월 중국을 여행하면서 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정말 큰 일 났습니다. 연변에서 처녀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총각들이 결혼을 할 수가 없어요. 더 큰 일인 것은 연변이 자치지역 자격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조선족이 전체 인구의 38%는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20%밖에 안 돼 주민의 주류가 한족으로 변할까 봐 걱정입니다. 티베트처럼 정부가 중국인을 심는 거죠.”
특히 연변의 용정 외곽 농촌에서는 총각처녀 비례가 25대1이라고 한다. 인구 공황으로 조선족 사회가 붕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혼율이 급속도로 증가해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가정파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는 55개 소수민족이 있으며 ‘조선족’이라는 말은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동포 처녀들의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은 연간 1만건이 넘으며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약 2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사회에서는 누구나 친척 중 한 사람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동포 여성들이 가정도우미(가정부)로 일하면 보통 한달에 80만~120만원 받는다고 한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 캐나다, 유럽에도 중국동포들의 진출이 놀랍다.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역에 가면 “한국 하숙집 있습니다”라고 호객하는 청년들이 있는데 발음이 이상해 “연변에서 왔느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도 식당에 가면 으레 중국동포 여성들이 눈에 띄고 가정도우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가는 데는 2만달러, 미국 오는 데는 3만달러를 수속비로 지불하는 것이 공식 가격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천 냉동창고 현장에서 남편과 아들 등 가족 7명을 잃고 통곡하는 중국동포 강순녀씨의 모습은 중국동포들의 해외탈출 붐의 비극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 오는 꿈을 이룬 것이 오히려 재앙을 불렀으니 ‘전화위복’이 아니라 ‘전복위화’다.
중국동포들의 특징은 이민이 아니라 돈 벌어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전문업종의 기술을 배워야 노동시장이 넓어지는데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니 단순노동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어울리지 못하고 끼리끼리만 몰려다닐 일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은 중국 동포의 숙제다.
중국동포들과 함께 살아야 되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나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조선족은 원래 ‘농경민족’이다. 그들이 지금 ‘도시민족’으로 변하고 있는 과정에서 게르만 민족의 이동과 같은 대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고향인 중국에 돌아가면 중국이 필요로 하는 노동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나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기술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 노동직에만 머물면 번 돈 다 날린 후 또 한국으로 밀입국하는 악순환만 되풀이돼 결과적으로 중국의 조선족 사회 붕괴를 한국이나 미주 한인사회가 돕는 셈이 될 것이다.
이철 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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